호랑이형님 연구소

호랑이형님 3부 59화 - 무주공산 편 리뷰

호랭박사Holang 2023. 6. 30. 23:10

안녕하세요, 호랭박사입니다.

 

지난 화에서 완달이 자신에게 남아있는 흰 산의 힘을 이령에게 완전히 넘겨주기로 결정하면서 끝이 났었습니다. 이령은 뭣도 모르고 그저 흰 산의 힘을 완전하게 받게 된 것에 기뻤겠지만, 사실은 재앙의 시작이었는데요. 완달이 흰 산 일족의 금기를 깸으로써 흰 산의 '부름'이 다시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흰 산 일족은 대대로 이전 주인이 힘을 환원하고 소멸하면 후대 주인이 그 힘을 내려받는 형태로 힘을 전수해왔습니다. 허나 이령이 환원의 자리를 파괴함으로써 이것이 불가능해졌고, 이대로라면 완달에게 남아있는 1/10의 힘은 소실되는 상황이었죠. 힘이 온전하게 보전되지 못한다면 압카의 등극도 불완전해질 수 있기에, 완달은 선택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완달이 아무리 부상이라 한 들, 이령을 죽이려고 하면 죽일 수 있었다고 보는데요. 계시를 잘못 해석한 본인의 과오로 이령에게 고통을 준 측면이 분명히 있었기 때문에 막판에 마음이 흔들린 것 같습니다. 천제의 침공을 막아냄으로써 이제 자신의 사명은 끝났다고 보는 것 같고, 순리대로 흘러간다면 종국에는 흰 산의 힘이 압카에게 전달될 것이라는 믿음도 컸던 것 같네요.

 

여튼 완달이 금기를 깨고 흰 산의 힘을 차기 주인에게 직접 전달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서, 흰 산의 부름이 시작되었기에 곧 수 많은 강자들이 부름을 받고 흰 산에 집결할 것 같습니다. 벌써 이번 화에 수상한 인물이 하나 등장했죠.

 

하늘에서 검은 구체를 타고 땅으로 내려온 듯 바닥이 움푹 패여있는데, 깨진 구체에서는 온통 시커먼 피부를 한 괴인이 주변을 살피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이 곳이 천제와 흰 산의 주인이 싸운 곳인가?' 라고 하는 걸로 봐선 천제의 부하는 아닌 것 같은데, 흰 산을 중심의 동쪽 세력도 아니고 곤륜 중심의 서쪽 세력도 아닌 저기 위에 북쪽의 제 3지역 출신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이 괴인이 검은 구체로부터 등장했던 모습을 보니, 비슷한 묘사가 있었던 또 다른 캐릭터가 떠오르는데요. 바로 라오허의 수하인 히야들입니다. 히야들도 3부에서 처음 등장할 때 오늘 나온 수수께끼의 괴인처럼 먼 하늘에서 검은 알에 둘러쌓인 채 강림했었습니다. 온 몸이 새카만 것도 마치 2부에서 시라무렌이 처음 괴수 모드로 변신했을 때를 보는 듯 한데, 그렇다고 라오허 측에 저렇게 강해보이는 놈이 있을 것 같지는 않고.. 쉽게 정체를 예측하기 쉽지 않네요.

 

그저 '검은 몸' 하나만 가지고 상상의 나래를 펴보자면, '흑룡'과 관련된 인물이거나 '흑룡강'의 힘을 다루는 인물 둘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흑룡강(아무르강)은 라오허가 지배하는 '요하강'보다 길고 거대한 강이기 때문에, 만약 흑룡강을 지배하는 자가 있다면 그는 엄청난 강자일 가능성이 높죠. 그리고 흑룡강은 모란과 흥개가 살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기도 해서, 오늘 등장한 인물이 이 쪽과 관계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보겠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완달과 이령이 있는 흰 산의 묘역 쪽을 보겠습니다. 재상으로부터 풍개가 이령에게 정신지배를 받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풍개의 부족이 흰 산의 묘역으로 달려갔는데요, 놀랍게도 풍개가 정말 이령에게 정신지배를 당해서 아군을 공격하고 있었죠. 스스로 빠져나오기 위해 눈물을 흘리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인 듯 보였습니다.

 

제가 최근 리뷰에서 계속 풍개 칭찬을 하며 '언젠가 뭔가 한 건 할 놈이다!!'라고 했는데, 이령에게 당해서 꼼짝 못하고 있는 걸 보니 제가 사람을 잘못봤나 보네요.(?) 농담이고, 이미 이령의 힘이 곤륜의 상위 신들보다 훨씬 막강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풍개는 브라가의 정신지배는 거뜬히 버텨냈었거든요.

 

그리고 완달의 병사들이 보아하니 풍개의 눈에는 붉은 안광이 번쩍이고 있었는데, 병사들은 이것이 과거 이령에게 정신지배를 받았던 인간에게서 보였던 안광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재상 또한 이 사실을 보고받고 매우 우려하는데요. 이령이 정전에서 완달과 싸울 때, 인간 병사들에게 정신지배를 걸어 완달에게 홍사 공격을 시켰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죠. 

 

호형 세계관에서 인간은 비록 약하지만, 정신을 지배당하지는 않는 것 같았습니다. 2부 초반에 이령의 시가 압카의 제단 공사를 하는 장면을 기억하실텐데요, 시는 흰 산의 영역 내로 들어가지 못하니 붉은 산에서 항마병들을 잡아오거나 인근의 조선에서 인간들을 잡아와 돌 나르는 일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감시자 때문에 도망을 못 갈 뿐이지, 전혀 정신을 지배당한 모습은 아니었죠.

 

항마병들이야 나름 강하니까 시가 정신을 지배하지 못한다 쳐도, 약한 인간들은 충분히 가능할 법도 한데요. 왜 손 쉽게 정신지배를 걸지 않았던 걸까요? 이는 인간의 혼이 워낙 독해서 애초에 정신지배가 통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지금까지 인간이 정신을 조종당한 사례를 보면 직접 조종은 거의 없습니다. 황요가 원귀를 씌워버리거나, 신격(神格)을 부여받은 자가 신의 명령으로 하달한 것이 아니라면 인간이 정신지배 당한 적이 없었죠. 

 

그렇기 때문에 비록 완달이 인간의 독한 기운을 눌러놨다고는 하지만, 이령이 인간 병사의 정신을 직접 지배한 것이 대단하다는 것인데요. 이번 화에서는 일반 병사를 넘어 그 강인한 풍개의 일족들까지 싹 다 정신지배를 걸어버렸으니, 호형에서 이 분야의 최고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러고보니 이령의 오손인 아린도 정신지배에 매우 강한 면모를 보여줬던 것으로 기억이 나네요. 아린의 그 강한 광역 정신지배를 깨버렸던 것이 바로 추이였구요.

 

얘기가 다른 곳으로 샜습니다. 여튼 풍개가 이령에게 정신지배를 당해 난장판이 된 묘역에 라오허의 부하들이 하나 둘 나타나는데요. 그들은 먼 곳에서 묘역의 상황을 주시하며 염탐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완달이 소멸한 것이 확인되면, 라오허는 바로 흰 산을 총 공격할 태세를 이미 갖추고 있었죠.

 

얼마 전, 완달성에 볼모로 잡혀있는 시라무렌은 완달이 흰 산에 힘을 환원하러 돌아갔다는 첩보를 급히 라오허에게 전했습니다. 시라무렌이 라오허에게 쪽지라도 보내나 했더니, 그게 아니고 작은 용처럼 생긴 비유(肥𧔥)를 통해 정보를 전하는 모습이 나왔죠. 비유는 산해경 서산경에 등장하는 뱀의 일종인데, 태화산에 서식하고 여섯 개의 발과 네 개의 날개를 가졌다고 합니다. 작가님께서 산해경 그대로 묘사를 잘 하신 듯 하죠.

 

여튼 시라무렌의 첩보를 전해받은 라오허는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완달이 벌써 힘을 환원하러 갔다는 것이 갑작스럽기도 하고 너무 빨라서 이상했죠. 어쨌든 첩보가 사실이라면 이제 완달도 없고 천제도 없고 흰 산 삼형제도 없으니 흰 산은 무주공산(無主空山, 주인 없는 빈 산)과 다름 없었습니다. 압카가 찝찝하긴 하지만, 아직 얼굴도 안 비추고 꼭꼭 숨어있는 압카 따위를 별로 두려워할 이유는 없었죠.

 

같은 시각 흰 산에서는 이령에 대해 재상과 이르하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완달의 손에 묻힌 이령이 다시 살아돌아올 일은 없었지만, 돌아가는 상황이 뭔가 이상하기도 하고 중대했죠. 재상은 완달에게 반역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정신까지 지배하는 이령을 극도로 경계했기에, 혹시나 그가 살아 돌아올 것을 우려해 이르하에게 이를 보고합니다.

 

이르하도 이령의 이름은 양백에게 익히 들어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양백은 과거 이르하에게 '만약 이령이 직접 압카를 찾아 나선다면 종국에는 잡히게 될 것이다'라고 말해준 적이 있었는데, 그들이 이령에게 잡히지 않은 것은 순전히 운이 좋았던 것 뿐이었죠. 그 시절 이령이 흰 산의 주인으로 선택받은 뒤 방심하면서 일족 살해를 멈췄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만약 지금 이령이 완달성으로 돌아온다면 도망갈 곳도 없으며, 이르하와 압카를 지켜줄 양백과 완달도 없으니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압카가 이령에게 대항하기에는 아직 너무나 어리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성정 또한 부족했죠. 다행히도 지금은 완달이 펼쳐놓고 간 방어막이 존재하고 있기에 위급 상황인 경우 이르하는 그 안으로 들어가서 피신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완달이 소멸하게 된다면, 그 방어막도 함께 소멸하기에 그 때는 이령 손에 죽는 길 뿐이었죠.

 

완달이 이령에게 힘을 넘겨주고 소멸했음에도 방어막이 남아있다는 것은 큰 떡밥입니다. 완달이 완전히 소멸한 것이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살아있거나 혼백이 남아 흰 산의 묘역에서 계속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죠. 그것은 완달이 '금기'를 깬 대가로 받은 벌일 수 있으며, 어쩌면 죽어서도 죽지 못하는 그런 상태가 된 것일 수 있어 보입니다. 이령이 나중에 작은 것들을 만들어 흰 산을 속이려 할 때, 이를 경고하는 완달의 대사가 2부에서 회상 장면으로 있었는데요. 완달은 적어도 그 때까지는 존재하지 않을까 예상해보겠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흰 산이 무주공산이 된 것 처럼 완달성 또한 주인 없는 성이 된 것은 마찬가지엿습니다. 과거 완달과 삼형제가 건재할 때는 극히 조심스럽게 활동하던 타 세력의 간자들이 이제 대놓고 활개치며 활동하게 된 것이죠. 이들은 누구의 명을 받았는지 '완달이 진짜 소멸했는지' 여부와 '압카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성 안에 특별히 위협될만한 강자가 없다고 느꼈는지, 대놓고 압카의 처소로 쳐들어갈 생각마저 하고 있었는데요. 이를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시라무렌이 개입합니다. 시라무렌 본인도 상당한 강자임에도 몰래 비유를 날려가며 조심스레 첩보 활동을 하고 있는데, 딱 봐도 조무래기인 것들이 대놓고 나대니까 심기가 불편했던게 아닌가 싶네요. 지금 완달의 성에는 이러한 간자 세력들이 대체 몇 이나 들어온건지 가늠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바로 그 때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는데요, 이령을 치러 갔던 풍개의 부족들이 되려 이령을 호위하며 성으로 복귀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눈에는 붉은 안광이 서린 걸로 보아 이령에게 정신지배를 당하는 것이 분명했으며, 이들은 이령의 명을 받고 완달과 이령이 싸울 때 완달 편에 붙었던 부역자(附逆者)들을 모조리 죽이려 하고 있었죠. 성 안에 곧 피바람이 닥칠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리고 풍개 부족의 호위를 받으며 위풍당당하게 성으로 복귀한 이령의 모습이 보이는데요. 그는 여전히 백액을 하고 있지만 어쩐지 표정이 썩 좋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이령이 완달에게 힘을 건내받는 시간은 며칠이 걸릴 정도로 길었는데요, 그 사이에 흰 산의 부름에 대한 얘기를 완달에게 들은 것일까요? 결국 완달이 자신에게 순순히 힘을 내어준 것이 아니라, 자신을 엿먹이는 꼴이 되었다는 걸 지금은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왠지 이령이 압카의 처소를 가장 먼저 쳐들어갈 것 같은데요, 만약 완달이 힘을 건내주고 소멸했다면 방어막은 사라져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어떤 형태로든 존재하고 있다면, 방어막은 사라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령이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대흥과 함화는 압카를 직접 본 뒤로 순순히 묘역으로 다시 걸어들어갔는데요, 그들 조차 압카를 처음 본 순간 '하늘'임을 느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이령이 압카를 본다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대흥과 함화처럼 '하늘'임을 직감적으로 느낄 지, 자신의 위협으로 생각해서 그저 죽이려고 할 지 이령의 선택이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