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형님 연구소

호랑이형님 3부 55화 - 혼란속에서 리뷰

호랭박사Holang 2023. 5. 26. 22:51

지난 화에서 이란의 오른쪽 팔이 소멸하는 장면으로 끝났는데요. 압카가 아직 흰 산의 힘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갑작스럽고도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비록 만난 지는 얼마 안됐지만, 함께 전쟁을 이겨낸 딸 이란을 눈 앞에서 잃게 된 완달은 비통함과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죠.

 

혹시 압카가 흰 산의 힘을 벌써 받은 것인지 확인해볼 겨를도 없는 갑작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이대로 있는다면 미아카와 막내 마저도 소멸될 위기였는데, 완달은 노정이 열리지 않자 점점 평점심을 잃고 특단의 조치를 취하죠. 압카에게 했던 것과 같이 미아카와 막내에게 흰 산의 힘을 차단하는 보호막을 씌우려고 합니다. 이것은 흰 산의 힘을 일부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평소의 완달이라면 절대 시도하지 않았을테지만, 지금은 아이들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모양압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흰 산이 주인인 완달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데요, 흡사 연결이 끊긴 듯한 느낌이었죠. 완달은 몸 안에 일부 남아있는 흰 산의 힘을 전혀 쓸 수 없었던 것입니다. 아이들을 지킬 방도가 없게 되자 완달은 초조해지는데요. 아직 열리지도 않는 노정에 손을 넣어서 강제로 열려고 합니다.

 

노정 건너편에서 동맹을 치하하고 돌아가려던 신하는 완달이 대체 왜 저러는 것인지 어리둥절해 하는데요. 지난 화에서 일부 독자분들이 '노정을 여는 신하가 청개에게 속아서 이령이 있는 곳으로 통하는 노정을 열어줬을 것이다'라는 추측이 있었고, 혹시 저 노정에서 막강해진 이령이 튀어나오는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다행히(?) 그건 아니었습니다. 단지 혼자 여는 노정이라 속도가 좀 느릴 뿐이었고, 동맹을 치하하러 간 것이 맞았네요. 

 

다시 완달로 돌아오겠습니다. 노정을 강제로 벌리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지만, 재상의 언급에 따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만약 완달에게 흰 산의 힘이 있었다면 노정을 강제로 여는 것도 가능했던 것 같죠. 하지만 흰 산의 힘을 쓸 수 없게된 지금은 그저 공간을 파괴하는 행위일 뿐이었고, 완달의 완력 때문에 그나마 조금 열려있던 노정이 파괴됩니다.  그 여파로 인근 공간이 마치 칼로 잘린 듯 쑥대밭이 되어버리는데, 완달 또한 내상을 받은 듯 피를 토하며 쓰러지죠.

 

더 이상 아이들을 구할 방법이 없게 되자, 완달은 미아카에게 동생을 데리고 날아서 흰 산의 북쪽 경계를 벗어나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 때 미아카의 소멸이 임박한 듯 그녀의 동공이 풀리기 시작하는데요. 오른손부터 희미하게 소멸이 시작되자, 완달은 전력을 다해서 두 아이들을 북쪽 경계로 던져버립니다. 완달이 아비로서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었고, 흥개의 후손들이 저 멀리 날아가는 둘을 따라 추적에 나서죠.

 

풍개는 완달의 부축을 위해 성에 홀로 남게 되는데요. 풍개에 대해서는 잠깐 리뷰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잘 따져보면 풍개도 상당히 강한 인물인데요, 이번 전쟁에서 일당 백으로 곤륜의 병사를 물리친 것은 물론 인간의 몸으로 신격 중 상위 존재인 브라가에 대항하기도 했습니다. 브라가의 공격을 정통으로 맞고도 멀쩡했고, 그의 정신지배 마저도 스스로 이겨냈죠. 게다가 칠성월까지 집어드는 등 범상치 않는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풍개가 완달 곁에 남은 것이 왠지 스토리에 중요한 줄기가 될 것 같은 느낌이네요.

 

다시 돌아와서, 완달은 혹시 압카가 흰 산의 힘을 받은 것이 아닌지 확인하러 압카의 거처로 이동합니다.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렸기에 풍개가 동행했죠. 예상대로 압카는 아직 흰 산의 힘을 받지 않았고, 완달은 이 모든 상황에 대해 혼란스러워 합니다. 흰 산이 힘을 주려고 태동(胎動)을 보인 것이 틀림없는데 어째서 압카는 차단막에 갇힌 채로 멀쩡한 것인지 도대체 설명이 되지 않는 것이었죠.

 

그러다가 압카는 어느 지점에서 생각이 멈추면서 가슴이 철렁하는데요. 흰 산의 묘역에 대렴해놓고 온 이령이 생각난 것이었습니다. 이령이 만약 대렴을 풀고 나와서 완달이 환원한 9할의 힘을 받았다면,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죠. 다리에 힘이 풀린 완달은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풍개에게 흰 산의 묘역으로 데려가달라고 부탁합니다. 천제와 싸우며 입은 부상이 도져서 도저히 몸을 가눌 수도 없어보였죠.

 

풍개는 완달을 들쳐업고 엄청난 속도로 한 달음에 흰 산의 묘역으로 이동합니다. 묘역의 입구는 전쟁 전 완달이 파괴했기 때문에 누구도 출입할 수 없었는데요, 완달의 병사들까지 진을 치고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침입자가 있지는 않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령이 묘역을 뛰쳐나온 흔적 또한 아직 없어보였구요. 하지만 앞선 모든 정황을 볼 때, 이령이 흰 산의 힘을 받은 상황은 맞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런 상황이 가능한 것일까요?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아주 강한 뇌피셜이 필요합니다! (안맞으면 완전히 나가리인 수준으로.. ㅋㅋ) 앞서 연재분에서 나왔던 여러 장면들을 통해 가능성을 따져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로, 청개가 흰 산의 묘역 안으로 몰래 들어간 것이 확실해 보이는데요. 묘역의 정식 출입구는 파괴되었지만 과거 양백이 이르하와 함께 드나들던 또 다른 길이 있습니다. 양백은 이령과의 전투에서 거의 죽기 직전까지 당했지만, 아직 살아있을 가능성 또한 있어 보이는데요. 청개가 완달 측 인물로 변신한 뒤 양백으로부터 흰 산의 묘역으로 향하는 비밀통로를 알아낸게 아닐까 생각해보겠습니다.

 

만약 청개가 흰 산의 묘역으로 향하는 비밀통로를 확보했다면 그 다음부터는 의외로 쉽게 진척이 됩니다. 이령의 복제를 확보한 청개가 대렴당한 이령을 구해낸 뒤, 복제 이령을 대렴해서 대신 입관시켜 놓는다면 완달은 이를 눈치채기 어려울 것입니다. 흰 산도 속아넘어가는 복제이기 때문에 완달 또한 한 눈에 알아채기 쉽지 않겠죠. 만약 완달이 전쟁이 끝난 뒤 흰 산의 힘을 환원하러 묘역으로 다시 온다고 해도, 복제가 대신 대렴당해있는 한 본체 이령은 몰래 생명을 건사할 수 있게 됩니다.

 

게다가 완달이 이 사실을 모른 채 흰 산의 힘을 전부 환원하고 이령의 복제와 함께 소멸한다면, 자신이 압카보다 먼저 흰 산의 힘을 가로챌 수도 있겠죠. 그게 이령이 생각하는 최선의 시나리오였을 듯 합니다. 하지만 이령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완달이 먼저 환원환 9할의 힘을 먼저 받는 길을 택한 듯 하죠.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복제가 들킬 수도 있다는 리스크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완달이 곤륜과의 전쟁에서 천제마저 물리치고 건재한 이상, 자신이 복제를 대신 대렴시켜놓고 도망나온 사실이 발각된다면 이번에야말로 죽음을 면할 수 없게 될 겁니다. 그럴 바에는 이미 9할 이상 환원된 흰 산의 힘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복제를 통해 완달에게 혼란도 주면서 상황의 주도권을 자신이 가져가는게 나을 선택일 수도 있죠. 게다가 이령은 완달로부터 크게 부상을 당한 상태이기에 흰 산의 힘을 통해 부상의 회복을 꾀할 필요도 있었을 겁니다.

 

또한 완달의 부상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도 이러한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 같습니다. 청개가 성으로 다시 잠입해서 여러 첩보를 수집했을 것이고, 완달이 왼팔도 잃었고 밤마다 부상 부위에서 피가 올라와 붕대를 갈고 있으며, 기를 다스리지도 못해 땅이 파인다는 정보를 가져다줬을텐데요. 그 정도 몸 상태라면 '흰 산의 힘을 내가 먼저 받아서 아바이를 처단하겠다'라는 생각도 충분히 했을 법 하죠.

 

현재로서는 이 정도 뇌피셜을 굴려볼 수 있을 것 같고, 만약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제 3의 인물이 이령에게 도움을 줬거나 다른 반전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 내용은 오늘 올라오는 3부 56화를 통해 확인하면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압카가 흰 산의 힘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떡밥도 약간 해소된 것 같은데요. 완달은 이제 흰 산의 힘을 다룰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자력으로는 압카에게 시전한 차단막을 풀 수 없게 되었습니다. 흰 산이 압카에게 힘을 주려고 해도, 차단막이 있는 이상 흰 산은 압카를 인지하지도 못하게 된 것이죠. 그렇게 된다면 이령을 유일한 주인으로 인식하게 되기에, 오히려 차단막을 씌운 것이 완달 입장에서는 더 최악의 상황이 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만약 완달이 차단막을 처리하지 못하고 소멸하거나 힘을 잃게 된다면, 흰 산의 힘을 받은 이령이 이를 풀어줘야지만 압카가 힘을 받을 수 있게 될 겁니다. 이제는 완달이 이령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입장이 되는거죠. 이령이 차단막 해제를 조건으로 완달과 딜을 하게 된다면, 호형 2부에서 나왔던 대사처럼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흰 산의 힘을 받을 것이외다 아바이!' '나 몰래 새로운 후계를 모색하다니 내 이 일을 묵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따위의 망언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어 보입니다.

 

두서없이 리뷰했는데, 오늘 올라올 3부 56화는 아주 중요한 내용이 될 것 같아 매우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