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형님 연구소

호랑이형님 3부 57화 - 백액(白額) 이령 편 리뷰

호랭박사Holang 2023. 6. 14. 02:34

지난 화에서 이령이 완달이 환원한 90%의 흰 산의 힘을 내려받은 장면이 나오면서 끝났었죠. 이번 화에서 이령과 완달이 다시 한 번 크게 부딪힐 것이 예상됐는데요, 천제와 전쟁 후유증으로 몸 상태가 무너져내려 이령에게 제대로 된 저항도 못 하는 완달의 모습이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또한 자기를 죽이려는 비정한 아비로부터 완전히 돌아서서 말뽄새부터 완전히 돌변한 이령의 태도는, 완달에게 큰절하던 복제의 모습과 크게 비교되는 모습이었죠. 이제 더 이상 완달에게 공손하게 말 하는 이령은 작품에서 없을 것입니다.

 

역시나 예상했던 것 처럼, 이령을 구해낸 것은 청개였습니다. 완달이 곤륜과 전쟁을 치를 동안 청개는 흰 산 묘역의 비밀입구를 찾아내서 대렴된 이령을 구출했고, 이령을 대신해 묻어둘 복제까지 가지고 왔죠. 완달과의 싸움에서 처참히 당해 양 손이 다 부러진 채로 대렴되었던 이령은 당장의 원기 회복이 급했던 것 같은데, 자신을 구한 청개의 기를 흡수해서 죽이는 만행을 저지릅니다. 이로써 이령은 유능했던 부하들이 전부 죽게 되었네요. 

 

이 상황에서 이령에게 어떤 선택지가 있었을지 생각해봤습니다. 두 가지 정도가 있었을 것 같아요. 첫째, 복제를 자기 대신 대렴시켜놓고 흰 산의 무덤을 빠져나와서, 완달이 남은 힘을 환원하고 스스로 소멸할 때까지 숨어서 산다. 둘째, 완달이 환원해둔 90%의 힘을 즉시 받고, 그 힘을 이용해 완달과 압카를 처단한 뒤 흰 산의 주인이 된다 정도가 있겠죠.

 

여기서 전자를 택하기는 쉽지 않았을 듯 해요. 만에 하나 완달에게 복제를 들키거나, 탈출하는 과정에서 병력들과 마주쳐 완달에게 보고가 들어간다면 허망하게 실패할 작전이었습니다. 결국 이령 입장에서는 다소 불완전하다 하더라도 이미 환원된 90%의 흰 산의 힘을 받아서 완달을 제압하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지였을 듯 합니다.

 

이에 이령은 복제를 자기 대신 무덤에 대렴시켜두고, 완달이 힘을 환원하던 자리에 앉아 흰 산의 힘을 내려받습니다. 힘을 내려받은 이령의 눈썹은 하얗게 변하면서 백액(白額)이 드러나있었죠. 몇 화 전 완달의 침소에서 '그하하하하'라는 괴이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 시점에 이미 모든 일은 끝나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령은 이 행위를 두고 '복제로 흰 산을 속이는데 성공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언뜻 생각하면 뭘 속였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는데요. 이령은 완달이 흰 산의 힘을 환원하던 3년 동안 흰 산의 주인 노릇을 했기에, 이미 흰 산이 주인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완달은 압카가 힘을 받기 전에 이령 너는 소멸해야 한다고 얘기하기도 했구요. 즉, 이령이 흰 산의 힘을 받는데 복제가 대렴되어 무덤에 들어가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뭘 속였다는 걸까요? 작가님께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지 않을까 싶은데, 나름 뇌피셜을 풀어보겠습니다. 완달과 이령이 한참 싸우던 3부 14화로 돌아보면 이런 장면이 나오는데요, 완달이 이령에게 "이령 너는 흰 산의 주인이 될 수 없다!", "들으라.. 흰 산의 주인 외에 백액을 불허한다!" 라고 말하죠. 이것은 완달이 흰 산에게 전하는 메세지로 보이는데, 이령에 대한 후계자 지명을 공식적으로 철회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저 장면을 처음 볼 때 상황 파악을 잘 못했습니다. 완달과 이령이 싸우는 통에 성에는 듣는 부하들도 대신들도 없는데, 쌩뚱맞게 허공에 대고 '들으라.. 흰 산의 주인 외에 백액을 불허한다!'라고 말하는게 이상해 보였는데요. 이것이 흰 산에게 전하는 메세지였다면 납득이 될 듯도 합니다. 날 때부터 백액으로 태어난 압카가 흰 산의 후계자다, 이령은 더 이상 흰 산의 후계자 아니다라고 흰 산에게 선언한 것이라면 어떨까요?

 

물론 흰 산이 완달의 명령에 따라 후계를 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결정은 흰 산이 직접 내리는 것이죠. 완달이 압카가 힘을 받기 전 이령을 소멸시키려 했던 이유도 만에 하나를 위해서였으니까요. 하지만 선대 주인이 직접 힘을 검증해서 후계자를 정하는 흰 산의 메커니즘을 생각하면, 선대 주인의 의지가 흰 산의 판단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예상해볼 수 있겠습니다. 

 

여튼 완달은 이령을 힘으로 제압해서 직접 대렴한 후에 흰 산의 묘역에 묻었고, 흰 산은 선대 왕으로부터 폐위된 후계자 이령이 무덤에 묻힌 것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만에 하나 이령이 무덤을 박차고 나가 흰 산의 힘을 받으려 시도한다해도, 흰 산이 이를 허락할 가능성은 적겠죠. 더군다나  "백액"으로 태어나 이미 자격을 갖춘 압카가 있기에 이령은 더욱 선택받기 어려웠을 겁니다.

 

하지만 큰 변수가 생겼는데요, 이령이 자신과 똑같은 복제를 만들어냈다는 것입니다. 만약 이령 대신 복제가 무덤에 묻혀있다면 흰 산은 '이령이 여전히 묻혀있다'고 인식할 것인데, 갑자기 그와 동일한 존재가 나타나서 힘을 내려받으려 한다면 흰 산에게 혼란이 발생할 것 같아요. 세상에 같은 존재가 둘일 수는 없기에, 흰 산이 오류를 일으켜 힘을 건내줄 가능성도 생기게 됩니다. 이령은 지난 3년 간 흰 산의 주인 노릇을 했던 자고, 흰 산의 기준을 충족하는 힘도 갖고 있으니까요.

 

상황적인 도움도 컸다고 보입니다. "백액" 압카가 완달의 차단막으로 인해 흰 산이 인식할 수 없는 대상이 되었고, 선대 주인인 완달은 천제와의 싸움에서 소량 남은 흰 산의 힘을 사용하면서 소멸 직전의 상태가 된 것으로 보여요. 가장 유력한 후계자도 사라지고 선대의 주인마저 소멸 직전이라면, 그 다음으로 자격이 되는 자에게 힘을 빨리 이관해야 하겠죠. 흰 산의 기준을 충족하는 힘을 가진 것은 이령이 유일했고, 그런 존재가 힘을 요구한다면 흰 산으로서는 주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결론을 내보자면,

1) 완달은 흰 산으로 하여금 이령을 폐위된 후계자로 인식시켰다.

2) 흰 산은 폐위된 이령이 대렴되어 무덤에 묻혀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3) 만약 이령이 무덤에서 탈출해 힘을 받으려 한다면, 흰 산이 이를 인식해 힘을 주지 않을 것이다.

4) 반대로 이령이 무덤에 묻힌 상태라면, 흰 산이 혼란을 일으켜 힘을 내어줄 가능성이 좀 더 높아진다. (이령의 배팅) 

 

이러한 맥락에서 이령은 '흰 산은 나를 버리지 않았소!'라고 말했고, '복제로 흰 산을 속였다'고 말 한 것이 아닌가 예상해보겠습니다. 설명이 다소 억지스러운 측면이 있다는 점 이해합니다! ^^;; 작가님이 잘 설명해 주시겠죠...

 

 

다시 돌아와서, 그렇다면 이령이 이대로 흰 산의 힘을 갖게 될 것인가? 여기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화에서 이령이 힘을 쓰는 것을 보면 2부 마지막에 억지로 흰 산의 힘을 받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불완전해 보이는데요, 온 몸이 붉어지고 백액이 되었을 뿐이지 완달처럼 얼굴의 백호 무늬는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힘을 받긴 했지만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싶어요.

 

결국 흰 산의 힘을 오래 쓰지 못하고 그대로 뱉어내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힘이 빠져나감과 동시에 이령의 백액도 사라질 것 같은데요, 이어서 2부 181화의 회상 장면이 이어질 것 같기도 해요.

 

 

 

흰 산이 완달을 소멸시키지 않는 이유는 현 시점에 예측하기 어렵습니다만, 아직 흰 산의 힘이 조금 남아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혹은 이령 때문에 혼란을 느낀 흰 산이 상황이 정리될 때 까지 선대 왕을 남겨두려는 의지일 수도 있다고 생각되네요. 확실한 건 완달이 이번 이벤트로 인해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긴 시간동안 이령과 함께하며 어떤 형태로든 존재할 것 같다는 것입니다.

 

다시 작품으로 돌아와서, 완달은 힘의 환원이 이뤄진 방에서 온 몸이 새빨갛게 변한 이령을 마주칩니다. 이령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완달의 안타까운 모습은 앞에서 설명드렸기에 생략하고, 둘의 대화 중 특이한 내용이 하나 있어 다뤄볼게요. 이령은 완달에게 '이번 일을 계기로 나는 한걸음 더 영속에 다가섰다'고 얘기하는데요, 복제를 이용해서 영원히 소멸하지 않고 존재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낸 것 같아요.

 

완달은 이령의 말을 듣고 '질서를 어지럽혀선 안된다, 언제까지 흰 산을 속일 수는 없어'라고 대답합니다. 이령이 생각하는 꿍꿍이가 대충 뭔지 완달은 눈치챈 것 같은데, 저는 아직 예상이 잘 안되네요. 흰 산의 주인 교체기 때마다 복제를 만들어서 뭔가를 하겠다는 걸까요? 현재로서는 복제가 딱히 쓸모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2부 마지막화를 보면 어린 흰눈썹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여기서 힌트를 얻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린 흰눈썹은 얼마 후 있을 제(제사)에서 제물로 바쳐질 운명이었죠. 제의 목적은 압카가 흰 산의 힘을 받는 것일텐데, 흰눈썹이 제물로 바쳐질만한 상황이 뭐가 있을까요? 아직 저도 잘은 모르겠지만, 오손을 제물로 삼아 제를 지내고 흰 산의 힘을 받으려고 시도하는 것이 이령이 말한 '영속'과 관계가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화에서는 이령의 '마기'에 대해서 언급됐죠. '마기'라는 표현은 이령에게 처음 붙는 수식어입니다. 그 전까지는 이령이 아무리 형제를 죽이고 흡수하고 다녀도 '마기가 느껴진다'고 하진 않았었는데요, 이령이 대흥과 함화까지 흡수하고, 흰 산의 힘을 불완전하게 받자 돌연 '마기'라는 것이 방출되기 시작합니다. 흰 산의 기운은 보통 푸른색으로 표현되는데 이령의 기운은 온통 붉은 것이 왠지 불길합니다. 흰마귀 아린을 탄생시킨 '마기'가 이령의 몸에서 싹트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되네요.

 

오늘 리뷰는 두서없이 진행했는데요, 아리까리한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차주 연재분에서 속 시원하게 드러나길 바래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