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형님 연구소

호랑이형님 3부 58화 - 최후의 결단 편 리뷰

호랭박사Holang 2023. 6. 23. 23:04

안녕하세요, 호랭박사입니다.
 
지난 화에서 이령이 흰 산의 힘을 내려받는 환원의 자리를 파괴하며 끝이 났었죠. 흰 산 일족이 대대로 이어오던 묘역과 힘의 환원 방식은 그럴만한 이유와 비밀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데, 이령이 일을 파괴함으로써 더 이상 이 방식이 유지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령은 완달이 곤륜과의 전쟁을 치르고 묘역에 왔다는 사실도 모른 채, 그저 흰 산의 힘을 막 내려받은 자신이 너무도 강대해서 몇 번의 공격으로 완달에게 큰 상처를 줬다고 생각합니다. 환원의 자리가 파괴된 이상 완달에게 남아있는 흰 산의 힘 일부는 더 이상 회수도 불가능했기에, 완달을 처단함으로써 다시금 흰 산의 주인이 되려 하죠.
 
그렇게 이령은 공격을 이어가는데, 자세히 보니 완달의 상처는 본인에게 입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홍사 한 가닥을 몸의 상처에 두르고 왼팔은 잘린 상태였는데, 완달을 이렇게까지 만들 존재는 세상에 없었죠. 완달이 혼자서 곤륜 전체와 맞짱뜨고 왔다는 사실은 상상도 못하고, 이령은 '혹 압카에게 당한 것이냐'며 헛다리를 짚습니다. 완달은 그런 것은 중요치 않다는 듯 넘겨버리고 이령에게 말을 이어가죠.
 
 
'힘을 온전히 내려받지 않은 상태에서 함부로 쓰면 위험하다'
'너와 흰 산 모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야'
 
 
하지만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들을 이령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대부분의 힘을 자신이 내려받았고 힘이 용솟음치고 있는데, 완달의 말이 제대로 들릴 리 없었죠. 그저 아바이는 내가 이 힘을 사용하게 된 게 셈이 나서, 인정하지 않는 후계자가 힘을 받은게 싫어서, 그 놈의 압카에게 어떻게든 힘을 전해주려고 자신을 속이는 거라고 생각하죠. 순순히 남은 힘을 넘겼다면 힘이 허비될 일도 없고 환원의 자리도 파괴하지 않았을텐데, 이령은 끝내 이런 상황을 만든 완달을 탓하며 또 다시 강한 일격을 날립니다.
 
그렇게 이령의 일격으로 땅에 거대한 구멍이 생기고, 완달의 모습은 잠시 보이지 않게 됩니다. 공격을 받고 땅 속으로 파묻힌 줄 알았는데, 일격을 잽싸게 피했는지 갑자기 이령의 등 뒤에서 나타나는데요. 완달은 자신이 몸에 두르고 있던 한 가닥 홍사로 이령을 묶습니다. 이령은 곤륜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지상 최강의 존재인 아바이가 궁지에 몰렸다고 얍삽하게 홍사로 자신을 제압하려 하자, '죽을 때가 되니 아바이도 다를 바 없구려'라며 코웃음을 치죠.
 
사실 완달은 이령이 나름 힘을 실어 타격했던 공격에 치명적인 충격 까지는 받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홍사 한 가닥으로 이령을 묶은 것도 그를 제압하겠다기 보다는 흥분을 가라앉히려는 시도였던 것 같죠. 완달은 이제 최후의 결단을 해야 했습니다. 힘의 환원 자리가 파괴된 이상, 흰 산 일족이 대대로 이어왔던 방법으로는 더 이상 압카에게 힘을 전해줄 수 없게 됐죠. 최악의 상황을 막으려면 일단 이령이 더 이상 폭주하지 않도록 막아야했으며, 자신에게 남아있는 한 줌 흰 산의 힘도 온전히 전승해야 했습니다.
 
완달은 이제 이령을 죽일 수도 없었습니다. 조금 전에 흥분해서 이령의 복제를 죽이고 난 뒤, '이령의 말처럼 정말로 미친 것은 내가 아닌가'라고 크게 자책했었는데요. 곤륜과 전쟁을 치르는 내내 천제에게 '너는 압카를 맹신하다 미쳤다'는 말을 듣고, 자신이 직접 선택했던 후계자인 이령은 '압카가 정말 하늘이 맞느냐', '나를 후계자로 선택할 땐 언제고 왜 압카 때문에 나를 소멸시키려 하느냐'며 피눈물을 토하면서 반기를 들기도 했었죠.
 
완달은 자신의 결정으로 인해 벌어진 모든 일들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해져 있었습니다. 이령이 자신을 죽이려 하는 것도 입장바꿔 생각하면 일견 이해되는 행동이며, 이령에게 더 이상 아비로써 몹쓸 짓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죠. 완달이 아무리 부상으로 약해져있고 이령이 흰 산의 힘을 막 받았다고 해도, 완달은 완달입니다. 2부에서 이령이 흰 산의 힘을 받고 나서도 압카에게 죽음당할 것을 걱정했던 것 처럼, 완달도 결심만 한다면 이령을 죽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결심했고, 자신에게 남아있는 한 줌의 힘도 이령에게 전승하기로 결심합니다.
 
남아있는 힘을 건내주겠다는 완달의 말에 이령은 깜짝 놀랍니다. 자기가 무력시위를 하긴 했지만, 아바이가 압카 타령을 집어치우고 자신에게 힘을 건내준다는 사실 자체도 놀랐고 환원의 자리를 거치지 않고도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도 놀랐죠. 이에 대해 이령은 '직접 힘을 주는게 가능하다면 무엇 때문에 수천 년을 환원의 자리를 거쳐 힘을 전수했느냐'고 묻는데요, 완달은 '금기'에 대해 얘기합니다. 자신의 생명을 쓴다면 환원을 거치지 않고도 힘을 줄 수 있으며, 너는 원한다고 받을 수도 거절할 수도 없다고요.
 
하지만 완달은 '금기를 어긴 것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이령에게 '미안하다'라는 말도 덧붙이는데, 힘을 받는다는 생각에 들뜬 이령에게 그런 말이 들릴 리 없었죠. 혹시라도 완달이 허튼 수작을 부릴까 이령은 청사와 황사로 완달의 힘과 술법을 묶어둔 뒤, 기를 날카롭게 만들어 완달의 남은 오른팔마저 잘라냅니다. 완달의 흰 산의 힘 전달이 끝나면 그의 육신의 힘까지 흡수하기 위함이었죠. 완달은 그런 이령의 속을 빤히 알고도, 마지막 메세지를 전합니다.
 
 
'이령! 복제를 만들지 마라!'
 
 
조금 전의 장면으로 돌아가서, 완달이 매고 왔던 홍사를 떠올려보겠습니다. 이령은 이 홍사가 가짜라며, 아비이가 가짜 홍사도 구별 못할 정도로 망가진 것인가 생각했지만, 저는 왠지 가짜가 아닐 것 같아요. 완달은 혹시라도 흰 산과 끊겼던 연결이 다시 이어져서 자신이 즉시 소멸해버릴 것을 걱정했던게 아닌가 싶은데, 이 때문에 자연물과 연결을 끊는 홍사를 몸에 두르고 왔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완달은 이령에게 흰 산의 힘을 넘겨주겠다고 선언하기 전 이령의 몸을 한 가닥의 홍사로 감았는데요, 이것은 완달이 '금기'를 시행하기 전 이령을 흰 산으로부터 잠시 차단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나 싶기도 해요. 완달이 감았던 홍사를 풀자, 이령은 홍사를 발로 찍찍 찢어도 아무렇지 않은데요. 어쩌면 이미 이령은 흰 산과의 연결이 끊어졌을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완달은 온 몸에서 푸른 불꽃을 내뿜으며 남아있는 힘을 이령에게 전하는데요, 여기서 완달의 '최후의 결심'이 무엇인지 드러납니다. 완달은 결국 최강의 존재인 압카에게 흰 산의 힘이 수렴되도록 되어있으며, 이령이 힘을 마구잡이로 써서 망가뜨리기 전에 흰 산의 힘을 보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완달이 금기를 어김으로써 그 동안 멈춰있었던 '흰 산의 부름'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합니다.
 
강한 존재들을 끌어모아 죽고 죽이게 만들었던 태초의 흰 산으로 되돌아가는 것이고, 순리대로라면 최강의 존재인 압카가 종국에 흰 산의 힘을 차지하게 되겠죠. 이것이 완달이 말한 '금기를 어긴 것에 대한 대가'였고, 이러한 대혼돈은 이령이 감당하기 어려운 재앙일 것이기에 완달이 '미안하다'라고 했던 것이었습니다. 곤륜과 흰 산의 전쟁을 능가하는 대전쟁이 또 다시 흰 산에서 벌어질 것인데, 완달은 이령은 이 과정에서 죽음을 당하고 흰 산의 힘을 뺏길 가능성이 높다고 본 듯 합니다.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흰 산은 '부름'을 멈추고 있던 것이며, 수천 년 동안 흰 산 일족 내에서만 힘의 전승이 이뤄졌던 것일까요? 저는 왠지 흰 산 일족의 묘역에 답이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는 완전 뇌피셜인데요, 흰 산의 부름 때문에 끝 없이 적을 죽이며 힘을 지켜왔던 불함은 무의미한 살육을 멈추고 힘을 온전히 보전하기 위해 무의(巫醫) 무팽의 조언을 받아 일족의 묘역을 만들었고, 무팽을 통해 흰 산과 계약을 맺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 나 불함의 후손은 앞으로 흰 산의 일족으로 군림하며, 기준 이상의 강함을 가진 자를 차기 주인으로 선정한다.
- 힘의 환원과 전달은 묘역을 통해서 이뤄지며, 새 주인이 힘을 내려받는 동안 영역 안의 일족은 소멸한다.
- 흰 산 일족은 후계자로 선정되지 않은 자식을 흰 산에 영원히 제물로 바친다. (영생의 계곡)
- 계약이 이행되지 않으면 그 즉시 파기되며, 흰 산은 과거처럼 '부름'으로써 새 주인을 정한다.
 
 
 
그 동안 궁금하던 것들일 전부 '계약'으로 퉁쳐버리니까 좀 황당하시긴 할텐데 ^^;; 이런 상황이 아니고서는 갑자기 흰 산이 다시 부름을 시작하는 이유가 쉽게 떠오르지는 않더라구요. 3부 프롤로그를 생각하면 원래 흰 산의 힘은 강자들이 죽고 죽이면서 차지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오히려 흰 산의 일족처럼 자리 딱 잡고 꿰차서 수천 년 동안 힘을 독점하는 것이 이치에 안 맞는 것이죠.
 
어쩌면 불함 시절 천제(청제)가 쳐들어왔던 이유가 이처럼 불함이 이치에 안 맞는 짓을 해서였을 수도 있겠습니다. 불함 다음 주인인 도태가 주인일 때 쳐들어오지.. 하필 흰 산으로부터 이미 최강으로 인정받은 불함 때 쳐들어와서 피만 보고 간 것일 수도 있겠네요.
 
마지막으로 찝찝한 것이 하나 남았는데요, 완달이 이령에게 힘을 건내주기 전에 했던 말입니다. '너와 는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라고 했는데, 완달은 이제 힘을 주고 소멸할 운명인데 자신이 무슨 대가를 치른다는 것일까요? 혹시 생명을 써서 힘을 건내줬더라도, 자신의 혼백은 영원히 남아 죽지도 못하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뜻일까요? 2부에서 이령에게 제발 우리를 죽여달라던 니루 어전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개인적으로는 완달이 더 이상 고통받지 않고 명예롭게 퇴장하기를 바래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