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형님 연구소

호랑이형님 3부 56화 - 무덤 속에서 살아나다 리뷰

호랭박사Holang 2023. 6. 3. 14:54

지난 화에서 갑자기 흰 산이 태동을 시작하고, 흰 산의 딸들이 소멸하는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고 완달은 흰 산을 전혀 통제하지 못하면서 급박하게 상황이 전개됐습니다. 완달은 혹시나 묘역에 묻힌 이령이 풀려나 흰 산의 힘을 훔쳐간 것인지 가슴이 철렁하는데요, 천제에게 당한 부상이 심하게 올라오면서 몸 조차 가누지 못합니다.
 
이에 풍개가 완달을 들쳐업고 단숨에 흰 산의 묘역에 도착하는데요. 묘역의 입구는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완달이 파괴한 그 상태 그대로 였습니다. 게다가 완달의 병력들이 전쟁 전부터 지금까지 빈틈없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기에 외부 출입자는 없어보였죠. 대렴당한 이령이 스스로 홍사를 풀고 나오지 않는 한, 흰 산의 힘을 받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상황을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묘역 안으로 들어가야 했는데, 완달은 거의 실신해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기에 풍개가 나서죠. 돌덩이 한 개의 크기가 자기보다 50배는 커보였는데요. 괴력을 발휘해서 가운데 끼어있는 돌덩이 하나를 빼내까 나머지 돌덩이가 연쇄적으로 빠지면서 입구가 열리게 됩니다. 병사들은 어르신의 후손이라는 거한이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죠.
 
풍개에 대해 제가 최근 리뷰에서 언급을 많이 하고 있는데요. 풍개는 비록 인간이긴 하지만 이번 흰 산 전쟁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보면 이미 탈 인간급입니다. 신격 중 나름 상위 레벨로 보이는 부라가에 맞서서 두려움 없이 달려드는 베짱, 부라가의 기공에 정통으로 맞고도 멀쩡한 맷집, 정신지배를 버텨내는 정신력까지 대단했죠. 
 
게다가 칠성월이 자신을 드는 걸 허락한 유일한 인간(흥개 제외)일 정도로 잠재력이 뛰어나고, 파괴된 칠성월의 조각을 풍개가 발견하는 장면이 나오는 등 떡밥도 무성합니다. 풍개가 이 중요한 순간에 완달과 함께 묘역으로 온 유일한 존재인 만큼 이번 이벤트에서 뭔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기도 하네요.
 
다시 돌아와서, 완달과 풍개는 흰 산의 삼형제가 묻혀있는 무덤으로 향하는데요. 도착해보니 삼형제는 홍사에 대렴당해 묻혔던 그 상태로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대흥과 함화는 한 때 홍사를 풀고 나와서 이령을 치려 했었는데요, 압카와 마주친 뒤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다시 묘역으로 돌아갔었죠. 이령도 특별히 이상한 점은 없는 듯 했습니다.

완달은 이령의 대렴을 풀고 자세히 관찰하는데요, 보기에는 자신이 묻었던 그대로의 모습인 듯 했습니다. 하지만 눈썰미 빠르신 독자 분들은 양 팔에 복제의 무늬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셨을 텐데요, 진짜 이령과 복제 이령이 이미 바꿔치기 되어있는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완달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수상한 점들 투성이였죠.

먼저 완달은 이령을 할 때 홍사로만 대렴을 했는데, 복제 이령을 보면 청사와 황사까지 묶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바닥에는 청개의 가면까지 떨어져있는 것으로 볼 때 한 바탕 난리가  있었던 것 같은데요. 청개가 복제 이령을 진짜 이령에게 데려갔을 때 뭔가 발작(?)을 일으켜 청개가 죽었고, 진짜 이령이 황급히 청사와 황사를 사용해 복제를 제압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이령은 완달과 싸우는 과정에서 양 팔이 짓눌려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는데요, 여전히 뼈가 뒤틀린채로 있어야 했지만 복제는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한 상태였습니다. 단약이 있던 시절도 아니기에 빠른 회복은 불가능했죠. 이런 이상한 점들이 있었음에도 완달이 눈치채지 못한 이유는 경황이 없어서기도 했지만, 그 복제가 너무나도 완벽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시 돌아와서, 홍사에서 풀려나 정신을 차린 복제 이령은 눈 앞에 서있는 완달을 발견하고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선한 눈을 하고는 완달에게 냅다 절부터 박는데요, 이령이 복제에게 기억을 주입한 것은 완달이 흰 산에서 돌아오기 직전이었죠. 이에 복제는 완달과 싸운 기억을 전혀 갖고있지 않으며, 자신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흰 산으로 떠났던 아바이의 기억만 갖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령은 한 때 완달로부터 삼실도 빼앗기고 불리한 조건에서 후계 경쟁을 한 것에 대해 원망의 마음이 있었을텐데요. 그래도 결국에는 자신의 노력과 성취(?)를 인정하고 후계자로 선택해준 아바이 완달에게 어느 정도 진심도 있었던 것 같죠. 완달을 보며 흘리는 눈물이 거짓은 아닌 듯 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목을 조르며 '소멸시키겠다'고 달려드는 완달을 보며 분노하게 되죠.


'대체 왜 나한테만 이러는 것입니까?!'
'내가 흰 산의 주인이오! '감히 누가 나를 소멸시킨다는 말입니까?!'

 

 

완달은 그저 이 모든 상황을 정상으로 되돌려놓기 위해, 어쩔수 없이 이령을 소멸시켜야한다는 마음 뿐이었습니다. 애초에 완달이 이령을 왕위에서 끌어내린 뒤 물리력으로 소멸시켰다면 후환없이 압카에게 힘을 전해줄 수 있었겠지만, 그저 대렴시켜 숨이 붙은채로 묻어놨을 뿐이었죠. 물론 그래봤자 이령은 완달과 함께 소멸해야 할 운명이었지만, 완달은 잠시나마 흰 산의 주인 역할을 했던 이령이 일족의 과업을 위한 자신의 선택을 공감해주길 바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과 함께 일족의 과업을 받아들이며 순순히 소멸하는 아름다운 그림을 원했는지 모르죠.  

 

당초 완달은 이령의 목을 짓눌러 비교적 신사적(?)으로 질식시킬 계획이었던 것 같은데요. 과업을 이어가야 하는 흰 산의 주인으로서 선택받지 못한 아들들을 대렴시켜 묻어야 했기에 비정해질 수 밖에 없었지만, 과업만 아니라면 완달은 이런 짓까지 할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이번 전쟁 과정에서도 그런 면모가 잘 나타났고, 이령의 목을 조르는 순간에도 '미안하다'라고 속으로 되뇌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나왔죠.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완달의 희망사항일 뿐, 이령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이었습니다. 어떤 이유던지간에 자신을 죽이려고 목을 조르는 아비를 더 이상 아비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게다가 이미 자신이 왕위를 물려받고 흰 산의 주인이 된 지 벌써 3년이나 지났는데, 갑자기 자신을 죽이고 모든 것을 뒤엎으려는 상왕(上王)에게 무조건 복종해야한다는 것도 납득하기는 힘들죠. 완달을 물리쳐야 하는 것이 어쩌면 그로서는 당연한 결정일 수도 있겠습니다. 

 

복제 이령이 분노하자 놀랍게도 흰 산이 반응하며 이령에게 힘을 주기 시작하는데요, 흰 산도 복제와 본체를 구분하지 못하는 듯 보였습니다. 복제 이령은 '압카를 죽이고 내가 하늘이 되겠다'며 손아귀 힘으로 완달의 팔을 짓누르며 빠져나오려고 하는데요, 끝끝내 압카를 죽이겠다고 들먹이는 이령을 보며 완달은 이성을 잃죠. 반항하는 이령의 뒷목을 움켜잡고 번쩍 들어올리더니 '이 마귀놈!'이라고 일갈하며 바로 땅바닥에 내다 꼽습니다.

 

이 엄청난 충격으로 인해 복제 이령은 그 자리에서 산화하고 말았습니다. 뼈 밖에 남지 않는 둘째 아들을 보며 완달은 자신이 저지른 죄악이 정녕 과업 때문인건지, 천제와 이령의 말처럼 자신이 압카를 맹신하다가 미쳐버린 것인지 생각하는데요. 만약 이령이 정상적으로 강함을 인정받은 후계였다면 완달은 이령에게 압카를 부탁하고 소멸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적어도 흰 산의 주인이라면, 때가 되면 응당 압카에게 힘을 넘겨주고 과업을 완성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었겠죠. 예를 들어서 대흥이 흰 산의 주인이 된 후 압카가 나타났다면, 완달은 대흥을 믿고 소멸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령은 형제를 도륙해서 힘을 탈취한 전과가 있었죠. 압카가 아직 어렸기에 이령이 그의 힘을 탐낼 위험성이 매우 높았습니다. 이령을 후계로 인정할 당시에는 그가 하늘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라도 힘을 얻었으면 됐지'라고 넘겼지만, 진짜 하늘이 나타난 이상 이령에 대한 시각은 달라질 수 밖에 없었죠. 힘을 위해 형제를 죽이는 놈에게 그 어떤 대의도 맡길 수는 없었고, 결국 완달은 자기 손으로 이령을 소멸시켜야만 하는 운명이었습니다.

 

그 때 완달의 머리 위로 수상한 장면이 펼쳐지는데요, 대흥과 함화를 대렴했던 홍사가 살짝 풀려서 펄럭펄럭 거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술법으로서 신체에 착 달라붙는 홍사가 떨어질리가 없는데요, 미심쩍은 완달은 홍사를 풀어재끼는데, 충격적이게도 대흥과 함화는 그 자리에 없고 큰 나무토막이 둘을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이령이 복제를 대렴한 뒤 대흥과 함화의 힘까지 흡수해서 힘을 키운 듯 하고, 둘의 시체도 어디로 치워버린듯 해요. 대흥은 라오허를 잡을 수 있었음에도 동생 이령을 살리기 위해 포기했는데, 이령은 형이고 동생이고 자기 힘을 위해 금단의 선까지 넘는걸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멀리서 '그하하하하'라고 이령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는데요, 몇 화 전 완달의 침소에서 기괴하게 들려왔던 웃음소리와 같죠. 며칠 전부터 이미 이령은 흰 산의 힘을 내려받기 시작했다는 복선이었던 것 같습니다. 완달이 환원했던 90퍼센트의 힘을 모조리 흡수한 이령은 백액이 되어 온 몸이 시뻘겋게 변해있었고, 백액이 되었다는 건 흰 산이 주인으로 인정했다는 증거였습니다. 이제 완달은 만신창이의 몸으로 흰 산의 힘을 흡수한 이령을 상대해야 했죠.

 

이령의 입장에서는 완달은 더 이상 아비가 아닙니다. 완달의 손에 의해 복제가 죽는 모습을 이미 지켜봤기에, 이제 먼저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게 되는 싸움일 뿐이죠. 하지만 그 동안 작품에서 나온 떡밥들을 종합해 볼 때, 이령은 흰 산의 힘을 받아봤을 지는 모르지만 그 힘을 제대로 쓰거나 그 상태를 유지한 적은 없어 보입니다. 흰 산의 힘을 제대로 사용하면 얼굴에 황금색 무늬가 생기는데요, 적어도 이령의 얼굴에 이 무늬가 나타나긴 어렵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결국 완달은 자신의 희생을 통해 이령으로부터 흰 산의 힘을 다시 토해내도록 할 듯 한데요, 여기서 어떤 일이 있었길래 약 150년 뒤 이령이 큰 어르신이 되고 압카가 작은 어르신이 되는 상황이 되는지 궁금해집니다. 이령으로서는 어린 압카를 죽일 수 없는 어떤 조건이 생겼다는 것이고, 다시금 흰 산의 힘을 받으려는 과정 속에서 오손(작은 것)들도 탄생하게 될 테죠. 이러한 상황에 대해 완달과 이령이 대화한 정황이 2부에서 계속 떡밥으로 나왔기 때문에, 완달 역시 소멸하지 않고 버티게 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