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형님 연구소

호랑이형님 3부 21화 - 천제의 칙령 편 리뷰

호랭박사Holang 2022. 10. 1.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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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호랭박사입니다.

3부 21화 리뷰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화에서 곤륜의 사신이 천제의 칙령을 가지고 완달성으로 찾아왔었죠. 그는 완달에게 용건을 전하기 전에 흰 산 일족 하나를 인질로 잡고 있음을 전하는데요, 혹여 완달이 천제의 칙령을 듣고나서 부들부들해서 홧김에 자기를 죽일까봐 안전보장 차원에서 인질을 들먹거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흰 산 일족은 적에게 붙잡힌 일족은 구하지 않는다는 방침이 있었고 인질 얘기는 제대로 꺼내보지도 못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게 되죠.

 

사신은 천제의 칙령도 가져왔지만 오행과 구망의 중재안도 함께 가져왔는데요. 만약 완달이 중재안을 받아들여 적절한 조치를 위하기만 한다면 곤륜과의 전쟁은 하지 않아도 됐습니다. 하지만 완달은 중재안이 뭔지 듣지도 않고 패스해버리죠. 천제를 위협하는 신흥 세력인 흰 산 일족의 마지막 자존심인지, 아니면 완달은 진심으로 천제 및 곤륜의 군사 따위는 자기 손으로 전멸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여튼 사신은 완달이 중재안을 듣지도 않고 쌩까버린 사실 자체로 매우 당황합니다.

 

구망의 중재안은 뭐였을까요? 천제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쪽으로 중재안을 만들지는 않았을텐데요. 흰 산에 대한 완달의 지배권은 보장해준다고 했는데, 아마도 압카를 순순히 내놓으라는 내용이었을것 같습니다. 흰 산의 힘을 궁극에 내려받을 존재만 확보한다면, 천제는 언젠가 완달이 소멸하는 때에 맞춰 손 쉽게 흰 산을 점령할 수 있겠죠. 불함의 현신이라는 완달만 없다면 흰 산 일족 공략이 어려운건 아닐테니까요.

 

사신에 따르면 구망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전쟁에서 배제되었고, 전쟁의 군사(軍師)로서 현녀(玄女)라는 인물이 대신 지휘하는 듯 보이는데요. 현녀는 도교에서 서왕모 바로 밑급이라는 전쟁의 여신 구천현녀(九天玄女)를 줄여서 부르는 말 입니다. 곤륜은 역시 천계라서 그런지 인물들이 많네요. 구망은 천제가 죽기를 각오하고 전력으로 참전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는데요, 왜 전쟁에서 배제되었는지 궁금하고 여튼 구망은 이번 전쟁에 참전하지 않았기에 오행관 중 유일하게 살아남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다시 돌아와서, 사신은 완달이 중재안을 거부하자 바로 천제의 칙령을 꺼내듭니다. 여기서 또 실랑이를 벌이는데요, 어처구니없게 사신은 본인은 글을 읽을 줄 모른다며 완달의 부하에게 서신을 대신 읽게 합니다. 이전 화에서 라오허도 원군을 파견하라는 완달의 교지에 대해 '지금은 인간이 없어서 글을 못 읽겠으니 나중에 인간을 구해다 읽어보겠다'라고 했는데요, 천제도 완달도 한 없이 강한 힘을 가졌으면서 문명에는 뒤쳐저 인간의 글에 의존하는 걸까요? 여튼 완달의 신하는 입에 담기도 불경한 내용을 자기더러 읽으라고 하니까 매우 열받아 하다가, 완달이 읽으라고 하니까 그제서야 읽기 시작합니다.

 

천제의 칙령은 상당한 명문이었습니다. 상규 아바이께서 왠지 오래 전부터 천제가 완달에게 내리는 칙령의 내용을 상상해오셨을 것 같은데요, 혼자 보기 아까우니 그 명 문장을 풀로 옮겨담아보겠습니다.

 

 

흰 산의 주인은 들으라!

짐은 천계의 통치자이며 무한한 힘의 주인이니 모든 권능이 나에게 있다.

그런데 어찌하여 너희 일족만은 온 세상을 다스리는 나의 말을 따르지 않고

흰 산의 힘에 의지해 이 동쪽 구석에 들어앉아 도리를 어지럽히는 것이냐?

 

너희 일족들이 사리에 어둡고 공손치 못하여 지난 날 짐이 타일렀으나

불함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원수를 만들어 나를 적대하니

내 잠시 너희 일족에 대한 형벌을 미루었을 뿐인데,

작금에 너는 교만이 극에 달해 은혜를 저버리고

도리어 악(惡)을 길러 감히 나에게 전쟁을 선포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흰 산의 힘이 없이는 유한한 너희가 어찌 감히 나를 대적하겠다고 치기를 부리는 것이냐?

이제 너희가 쌓은 악행이 이 땅에 가득하여 손을 쓸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에 내가 너희 흰 산의 일족을 징벌토록 명령하게 된 것이다.

 

하늘을 정하는 권한은 너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완달.

너희 일족은 흰 산의 힘을 지키는 창고지기일 뿐 주인이 아님을 명심하라.

나는 모든 곳에 있고 또한 모든 곳을 본다.

나는 그 날 먼 곳으로부터의 거대한 기운을 읽었다.

 

흰 산의 주인은 압카를 나에게 내놓고 물러나라!

나의 명에 따르면 너의 남은 생을 보장할 것이니 니가 살 방법은 이것 뿐이다.

이제라도 내게 압카를 넘기고 천수를 누리거라.

이것이 최후의 통첩이다.

 

 

천제가 역시 오래 살아서 그런지 문장이 기가 막히네요! 천제의 칙령에 따르면 곤륜과 흰 산 일족의 갈등은 1대 주인 불함 때부터 이어져온 것 같은데, 백호 불함이 흰 산의 선택을 받은 뒤 곤륜과의 전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천제도 흰 산을 침공했다가 준비 부족으로 돌아갔다고 하죠. 이후 2대와 3대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전쟁이 없었던 것 같은데, 4대 완달에 와서는 압카의 등장으로 전쟁의 불씨가 다시 당겨지게 됐습니다.

 

완달의 신하는 불경한 내용을 본인의 입에 담은 것이 너무도 분한 나머지 자결하려고 하는데요, 완달이 이를 말립니다. 비록 인간이지만 흰 산 일족을 모신다는 자부심과 완달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하네요. 그렇게 사신의 역할은 끝나고 돌아가려던 찰나, 밖에서 신하 한 명이 헐레벌떡 안으로 뛰어들어옵니다. 그리고는 완달에게 '애기씨들이 흰 산 밖으로 빠져나갔다'고 급히 보고를 전하죠. 딸들이 인질을 구하기 위해 밖으로 빠져나갔다는 소식을 듣자 완달은 평정을 잃습니다.

 

여기서 완달 측의 치명적인 실수가 나온 것 같은데요, 아무리 급한 보고라 하더라도 적의 사신이 있는데 보호막을 뚫고 들어올 수 있는 지하수로의 존재를 알려준다는 것은 큰 실수입니다. 그리고 일 대 천, 아니 일 대 만을 상대해야 하는 완달의 평정이 흔들리는 모습이 사신에게 그대로 노출된 것도 치명적이죠. 사신은 자신에게 약점을 노출한 완달이 혹여 자기를 즉석(?)에서 죽일까봐 황급히 포털을 열고 도망가는 듯 하는데요, 완달은 도망가는 사신을 붙잡고 자기를 인질과 딸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라고 합니다. 누가 봐도 딸들의 안위가 걱정되서 안달복달 하는 아비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반전이 있을 것도 같아요. 완달이 이 모든 정황들을 계획적으로 꾸미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아주 원색적인 내용으로 천제가 보란 듯이 선전포고를 한 것도 그렇고, 몇 화 전 지하수로로 도망쳤던 적의 염탐꾼 놈들을 쫒지 않고 일부러 살려줘서 개판 오분전인 완달성의 상황을 적에게 그대로 노출시키려 했던 것도 그렇고, 사신이 뻔히 보는데 '애기씨들이 지하수로로 빠져나갔다'는 말을 해서 방어체계가 허술하게 보이게 하는 것도 그렇고, 사신 앞에서 딸들로 인해 흥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좀 이상합니다.

 

완달은 혹시 잔챙이 병력들과의 싸움을 최소화 하기 위해 천제를 자극하는 것이 아닐까, 방비가 엉성하고 내부 상황도 개판인 모습을 노출시켜서 천제를 방심하게 만들고, 결국 본인이 직접 나서게 하려고 수를 쓰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앞서서 신하들이 한 실수가 너무 치명적이네요. 흰 산 경계가 뚫린다면 완달성은 지하수로로 곤륜의 병력들이 대거 들어올거고, 완달이 딸에게 약하다는 정보가 천제에게 들어가면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 있는 완달의 딸들은 모조리 곤륜의 인질이 되어버릴 겁니다.

 

과연 이 상황은 완달의 의도된 연출인지, 정신없는 와중에 약점을 노출한 것인지 지켜봐야겠구요. 흰 산의 서쪽 경계에는 지금 곤륜의 병력이 가장 많이 밀집해있는데 완달이 여기로 직접 원정을 갈 지도 다음 화에서 지켜보고자 합니다.

 

 

 

* (부록) 완달은 왜 딸자식들 때문에 흥분하는걸까?

마지막으로, 완달은 왜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딸자식들 때문에 평정이 흔들리고 냉정을 잃는가 얘기해보겠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지켜봤던 완달은 흰 산의 힘을 전승하기 위해서라면 제 손으로 자식도 기꺼이 죽일 수 있는 비정한 인물이었죠. 물론 그 마음 속에 따뜻함도 있었겠지만, 마음 속 우선순위는 일족의 사명을 지키는 것에 압도적인 우선순위가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가장 아꼈던 큰 아들 대흥을 자기 손으로 대렴해서 흰 산에 묻어버리고도 평정을 유지할 정도였죠.

 

그런데 만난 지 얼마 안된 딸자식 세 명에 대해서는 상대하기도 어려워하고, 위험한 일을 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여식 하나가 궁기를 잡아오니까 '그게 뭔지 알고 잡아 위험하게!'라고 말하기도 하고, '지금 돌아가면 적에게 근거지를 추적당해 들킬 수 있다'며 자기가 성에서 보호하는 모습도 보여줬습니다. 확실히 아들과 딸을 대하는 태도는 다른 것 같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흰 산 일족은 인질을 구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말 하다가 딸자식이 위험에 처했다는 말만 듣고 즉흥적으로 성을 버리고 흰 산 영역의 경계로 원정 전투를 간다는 것은 매우 이상합니다. 저는 위에서 예측했던 것 처럼, 어느 정도 완달의 의도된 행동일거라고 봅니다. 압카에게 힘을 전해주느냐 마느냐가 걸린 이 중차대한 전쟁에서, 좀 전에 만난 딸자식들을 구한다고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일부러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라고 보는데, 앞서 설명드린 것 처럼 천제를 전장으로 끌어들이려는 유인책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유독 딸자식들에게 쩔쩔 매는 것은 과거 '모란'과의 관계 때문이 아닐까도 싶어요. 모란은 아직 몇 컷 나오지는 않았지만 완달에게 하는 말을 들어보면 성격이 보통이 아님을 알 수 있죠, '엄마랑 우리를 버리고 갈 땐 언제고 찾긴 왜 찾아? 죽을 때가 되니 찾는데?'라고 하는데, 완달이 어떤 사건을 계기로 모란과 멀어진 것 같습니다. 그에 대한 미안함이 늘 남아있어서 딸자식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움츠려들고 더 흥분하는게 아닐까 추측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