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형님 연구소

호랑이형님 3부 17화 - 오행관 우강(禺彊) 편

호랭박사Holang 2022. 9. 3.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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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호랭박사입니다.

최근 2주 동안 신변에 이런저런 사건이 많아 블로그 리뷰를 올리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3부 17화를 업로드하고, 내일은 3부 18화 리뷰를 업로드 할게요! (참고로 저 아직 18화 미리보기 못봤어요. 이거 올리고 바로 볼 거예요..😁😁)

 

 

이번 화에서는 오행관(五行官) 중 하나인 우강(禺疆)이 등장했습니다. 호형에서는 동양의 사상, 전설, 옛 문헌에 기록된 인물들이 참 많이 나오는데요. 만주족의 창세신화 우처구 우러본을 비롯해서 몽골의 창세신화(버르테), 중국의 산해경, 조선시대 박지원이 쓴 호질, 풍수지리에서 사용되는 산의 지기(地氣) 개념, 최근에는 만주족의 여진정수 설화도 자주 나왔죠.

 

여기 더해서 오늘은 동양 사상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오행(五行)사상이 등장했는데요. 오행이란 우주 만물의 작동을 5개의 원소, 즉 화(火)/수(水)/목(木)/금(金)/토(土)의 상호작용으로써 설명하는 이론이예요. 

 

이 오행은 서로에게 상생관계이기도 하고 상극이기도 합니다. 아래 그림을 참조하시면 이해가 쉬운데요, 상생관계는 돕고 살리는 관계입니다. 나무와 불, 불과 흙, 흙과 쇠가 그렇죠. 상극 관계는 견제하고 대립하는 관계입니다. 물은 불을 견제하고, 불은 쇠를 견제하고, 쇠는 나무를 견제하죠. 이러한 오행의 상생과 상극의 원리가 우주 만물을 움직이는 원리라는 것이 오행사상 입니다.

 

 

오행사상에 따르면 각 원소마다 다스리는 천제가 있고, 그 밑에는 천제를 수행하는 신들-즉 오행관이 있습니다. 오늘 등장한 우강(현명)은 오행관 중 물을 관장하는 신인데요. 호형에서는 신이라고 해서 영원이 죽지도 않고 다른 세상에 사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 그저 자연의 힘을 사용하는 영험한 존재 정도로 그려진 듯 합니다. 그러니까 불을 관장하는 신인 축융(祝融)이 흑룡에게 죽었다고도 하는거겠죠.

 

우강은 현명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산해경에 우강을 묘사한 설명이 나옵니다. '북쪽 끝머리에 우강이라는 신인이 산다.
사람 얼굴에 새 몸을 하고 있으며 귀에 푸른 뱀 두 마리를 꽂았고 발밑에도 푸른 뱀 두 마리를 밟고 있다.' 라고 하는데, 오늘 등장한 우강과 생김새가 비슷하죠. 역시나 작가님이 캐릭터 그리실 때 참고하셨을 겁니다. 도대체 자료 조사를 어디까지 하시고 작품을 그리시는건지.. 존경스럽기도 하지만 리뷰하면서 곤혹스러울때도 많습니다 ^^;;;

 

그리고 호형에서 오늘 오행관이 등장함으로 인해 제(帝)의 정체도 어느 정도 드러났다고 봐요. 앞서서 오행관들이 각자 모시는 천제가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목신 구망은 태호(太皞), 화신 축융은 염제(炎帝), 쇠의 신 욕수는 소호(少皞), 물의 신 우강(현명)은 전욱(顓頊)이라는 천제를 모신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천제 위의 천제가 또 있는데요, 바로 흙의 신 후토가 모시는 황제(黃帝) 입니다. 여기서 황 자가 우리가 흔히 '황제' 할때 그 황자가 아니라 누를 황이예요. 즉 누런 임금이란 뜻입니다.

 

정재서 저자님의 <이야기 동양신화>라는 책에 따르면, 황제는 곤륜(!)에 살면서 형님뻘이 되는 염제와 싸워서 패권을 쟁취했고, 나중에는 부하뻘이 되는 치우의 도전을 물리친 끝에 최고의 지위를 차지했다고 해요. 생김새에 대해서는 누런 용의 몸체에 머리가 넷이었다는 말도 있는데, 마치 제우스처럼 벼락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곤륜에 살며 벼락을 사용하는 신이라니, 지금 당장 호형에 압카의 대항세력으로 나와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호형에서 곤륜 얘기는 이미 많이 나왔고, 흰 산 일족을 견제하는 세력으로 제(帝)가 자주 언급되기도 했구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호형에서 각 오행관들이 모시는 신들이 전부 등장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어쩌면 방금 설명드렸던 천제 위의 천제, 황제(黃帝)와 그를 보좌하는 오행관(五行官)들만 깔끔하게 등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오행관과 별도로 이미 곤륜의 청조도 언급이 된 상태인데, 너무 많은 세력이 등장하면 스토리 구성이 쉽지 않겠다 생각도 듭니다.

 

오늘은 서론이 좀 길었는데요, 이제 진행된 스토리를 후딱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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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에서 완달이 숨겨둔 힘을 드러내면서 이령을 짓밟고 제압했죠. 완달은 이령을 홍사로 대렴한 후, 숨도 안쉬고 바로 흰 산의 묘역으로 끌고왔습니다. 대흥과 함화 아래에 묫자리를 하나 더 파서 이령을 안치했는데요. 완달은 압카의 성정이 어느 정도 형성되면 흰 산의 왕 자리를 물려주고, 남은 힘을 환원한 뒤에 이령과 함께 소멸하려는 생각입니다. 이령 입장에서는 정말 억울하고 말도 안돼고 개죽음을 당할 일만 남은 셈이었죠. '우우우우' 하고 이령의 울부짖음이 들리는 듯 합니다.

 

완달은 흰 산의 묘역을 나오면서 출입구를 완전히 파괴해버리는데요, 부하들에게 전하기를 '이제 더 이상 영생의 계곡으로 이장할 필요 없다, 앞으로 흰 산의 영속을 위해 나의 일족에 영생에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압카가 힘을 받으면 흰 산도 영속을 끝낼 것이다'라고 하죠. 현재 대렴되어 관에 묻힌 대흥, 함화를 영생으로 희생시키지 않겠다는 얘기인데, 이령이 왕위에 오를 때는 둘을 분명히 영생에 들게 할 계획이었는데 왜 마음이 바뀐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완달은 이령에게 왕위를 줄 당시만 해도 '하늘'이라는 존재가 어떤 존재고, 무슨 일을 할 것이라는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늘 하던데로 왕이 못된 왕자들을 영생시키려고 한 듯 해요. 하지만 압카를 만난 후 그거 어떤 존재인지, 무슨 목적을 가졌는지 직빵으로 느낀 듯 하죠. 양백이 이령에게 '너는 하늘을 모른다.. 그 때가 되면 전부 사라질 것이다'라고 했던 것처럼요.

 

완달은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봤을 때 영생이라는게 더 이상 의미가 없겠구나.. 내 아들들은 압카가 왕위에 들 때까지만 관에 두고, 압카가 흰 산의 힘을 받고 나면 여생을 살 수 있게 해줘야겠다 라고 생각한 듯 합니다. 여기에는 이령과의 싸움에서 들었던 수 많은 비수가 되는 말들도 영향을 끼쳤을 듯 하네요. (ex-왜 알지도 못하면서 일방적으로 자식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느냐.. 등등)

 

하지만 완달이 묘역의 입구를 파괴했다고 해도, 양백이 들어갔던 비밀 출입구는 여전히 남아있죠. 청개가 양백의 비밀통로를 알아내서 몰래 침투할 것 같고, 대렴된 이령을 구해낸 뒤에 복제를 대신해서 묻어놓고 오지 않을까 싶어요. 이 사실을 모르는 완달은 나중에 복제 이령과 함께 소멸하게 되고, 본체 이령은 살아남아서 큰어르신의 자리에 앉게 될 듯 합니다.

 

다시 돌아와서, 성으로 복귀하던 완달은 마차 안에서 피가 묻은 기침을 합니다. 부하들은 평생 기침 한 번 한 적이 없는 완달이 기침을 하니까 의아해하는데, 그냥 기침도 아니고 피 묻은 기침이네요. 피 묻은 기침은 보통 격렬한 전투 중 갑자기 컨디션이 나빠지거나, 독에 중독되서 죽는 클리셰로 많이 쓰이죠.

 

완달이 흰 산의 힘을 거의 환원한 상태에서 무리해서 힘을 쓴 것이 원인일 수도 있고, 본인 말처럼 삼실 때문에 흑룡의 기운에 중독된 걸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삼년 전 라오허를 참교육 시킬 때 흰 산의 영역을 굉장히 오래 벗어나있어서 명(命)에 손상을 입은 걸 수도 있죠. 그 때 장면을 보면 신하들이 반복적으로 '빨리 돌아오셔라'라고 재촉할 정도로 시간을 많이 끌었었죠.

 

그렇게 흰 산으로 돌아가던 중, 부하들은 멀리 공중에 떠 있는 이상한 물체를 발견합니다. 거대한 뿔 달린 쇠공 두 개와 어떤 인물이 하늘에 떠 있었는데요. 이 존재는 앞서 설명드린 물의 신(수정) 우강(禺疆)이었습니다. 산해경에 묘사된 것 처럼 얼굴은 사람이지만 다리는 새고, 귀에는 뱀의 형상을 한 푸른 귀걸이를 차고 있는 모습이죠. 드래곤볼의 계왕신 같은 느낌도 살짝 있네요.

 

뱀의 형상을 한 귀걸이라면 과거에도 여러 번 본 적이 있습니다. 바로 구망의 금색 귀걸이죠. 둘이 차고 있는 장신구가 비슷하고,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구망은 오행관 중 목신(木神)으로 분류됩니다. 사실 구망에 대해서는 저도 이전에 자주 조사를 했었는데, 동방의 목신이고 뱀을 타고다닌다고 해서 '호형 설정하고 좀 다르네'라고 생각했었어요. 왜냐면 구망은 주로 불기술과 귀신을 썼으니까요. 그런데 구망이 오늘 마지막 장면에서 목신으로 등장한 것 같습니다. 이건 뒤에서 다시 말씀드릴게요.

 

여튼 돌아와서, 우강은 완달이 흰 산의 힘을 환원하다가 도로 나왔다는 첩보를 듣고는 조사하러 온 듯 했습니다. 특히 완달이 흰 산의 힘을 쓰는지 안 쓰는지를 보려고 한 듯 한데, 다소 과격한 방법을 사용하죠. 우강이 손짓하자 뿔 달린 쇠공이 갑자기 이빨을 드러내면서 불 기운을 뿜기 시작하는데요, 이는 과거 불의 신 축융이 사용하던 불이라고 합니다. 축융은 흑룡에게 죽었다고 하는데 그가 쓰던 불은 여전히 남아있는 듯 하죠.

 

완달의 부하들은 축융의 불에 닿지도 않았는데도, 그 불기운 만으로 전신이 타서 죽어나가기 시작합니다. 우강은 곧이어 쇠공을 완달의 마차로 돌격시키는데요, 불길을 가득 담은 쇠공이 거의 완달 주변 100미터 반경을 불지옥으로 만들어버리죠. 우강은 노란색 현주(玄珠)를 꺼내드는데, 완달이 만약 이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흰 산의 힘을 쓴다면 그 구슬이 검게 변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걸 증거물로 확보해서 보고하려는 계획이었고, 축융의 불 공격으로 완달을 죽일 수 있다고는 애초에 생각도 안한 듯 했습니다.

 

역시나 완달은 쇠공을 박살내서 그대로 우강에게 던져버렸고, 겨우 공격을 피한 우강은 흰 산의 왕을 보고 긴장합니다. 완달은 다친 기색 하나 없이 우강에게 '그대의 상제(上帝)가 보낸 것인가?' 라고 묻는데요, 여기서 상제란 제가 앞서 설명드린 '황제'를 칭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천제도 그렇고, 라오허도 그렇고, 군사도 그렇고 모두가 완달의 흰 산의 힘을 환원하고 소멸하기를 손꼽아 기다린 것 같은데, 완달이 다시 복귀하니 멘붕이 온 것 같습니다.  

 

우강은 나머지 쇠공을 기습적으로 완달에게 던지고 신속하게 도망가려 합니다. 어차피 자기가 완달을 상대할 수도 없고, 확인할 건 다 확인했으니 살기 위해 빨리 도망가는게 상책이었죠. 완달은 쇠공을 그대로 되받아쳐서 우강의 몸을 반으로 썰어버리는데요, 아니 이렇게 허무하게 벌써 죽나? 싶었는데 다행히 미끼였습니다. 우강은 왼쪽 귀에 있던 뱀 귀걸이를 사용해서 가짜를 만들었고, 완달이 가짜를 잡는 사이에 저 멀리 하늘에 길을 열고 튀어버리죠. 제帝가 움직일 거라고 예견했던 완달의 말 대로, 흰 산과 서쪽 세력의 전쟁의 불씨가 이미 당겨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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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강이 열고 도망간 길은 아주 먼 곳과 연결되어 있는지, 하늘을 보면 약간 이른 아침 푸르스름한 느낌이 돌았습니다. 추가로 연 길에서는 아침 해가 뜨는 것 처럼 붉은 하늘이었고, 마지막으로 연 길은 어둑어둑한 밤에 달이 떠있었죠. 동쪽에서 서쪽으로 길을 열고 순차적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시차가 생기는 모습이 재밌었습니다. 그만큼 두 세력 간의 거리가 매우 멀다는 묘사도 잘 된 것 같아요.

 

우강은 완달에 대해서 후계자를 자기 손으로 끌어내리고, 다시 왕위를 차지하려고 욕심을 부리는 상황으로 본 듯 합니다. 제 3자가 보기에는 지독한 행동이긴 하죠. 이미 왕위를 물려준 아들을 짓밟고 관에 싸서 묻어버렸으니까요; 그리고 흰 산의 힘을 쓰지 않는 것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는 듯 한데요, 이걸 대체 왜 걱정하는건지 당장은 모르겠습니다. 흰 산의 힘이 얼마 남지 않아서 못 쓰는 것 뿐인데, 서쪽에서는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건지 작품을 좀 더 봐야할 것 같아요.

 

우강이 서쪽 땅으로 들어서자 첩형관의 천리안이 하늘에 떠있는 모습이 나옵니다. 뒤에서 나오지만, 2부에서 나온 첩형관 세력들과 군사 모두 서쪽 인물들이었네요. 영토 이곳 저곳을 천리안으로 감시하고 있는 듯 한데요, 우강은 천리안을 뒤로하고 한참을 더 가서야 하늘에 둥둥 떠있는 어떤 성에 도달합니다. 하늘에는 여러 섬이 떠 있었는데, 탑 같은 구조물도 보이고 사슬 같은 끈으로 섬들이 연결된 모습도 흥미롭죠. 여기가 바로 신들이 사는 천계(天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성에 들어서자 어디서 많이 본 구조물이 보이는데요, 1부에서 구망이 압카를 모시고 집회를 할 때와 비슷한 모습입니다. 1부에서는 거대한 귀신들을 옆에 세워놨다면 지금은 나무로 된 구조물들을 옆에 세워놨네요. 누가 봐도 구망이 만든 구조물이구나 하는 느낌이 팍 드는데요, 아무래도 이번 화 마지막에 등장한 목신(木神)은 구망이 확실한 것 같아요.

 

만약 그렇다면 구망마저 서쪽 땅의 인물이었다는 건데, 이 모든 세력이 어째서 천제를 배신하고 압카에게 가서 들러붙어 있는건지가 매우 궁금해집니다. 천제가 완달과 싸우다가 죽은 걸까요? 그렇다고 보기에는 2부에서 시라무렌이 이령의 목을 들고 곤륜으로 넘어가려고도 했었고, 아직 건재한 것 같기는 한데요. 도대체 압카의 어떤 면이 저들로 하여금 천제를 배신하게 했는지가 미스테리 입니다. 아마 3부에서 그 내막도 밝혀질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