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형님 연구소

호랑이형님 3부 12화 - 번복 그리고 불복(不服)편 리뷰

호랭박사Holang 2022. 7. 29.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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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호랭박사 입니다.

 

이번 화는 전설의 레전드로 남을 것 같습니다.. 80% 이상이 완달과 이령의 살벌한 대화로 진행되는데, 숨쉴 틈도 없는 긴장감 속에서 보다보니 한 화가 끝나버렸네요; 2부에서 이령이 시라무렌의 성으로 쳐들어갔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영화도 애니도 아닌 만화를 보는데, 둘의 대화만으로도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던 회차였습니다.

 

지난 화에서 완달이 성으로 복귀하는 장면과 이령이 충격으로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장면으로 끝이 났었는데요. 완달은 이령이 방금 전까지 앉아있던 용상(龍床)에 자연스럽게 가 앉습니다. 왕위를 물려받기 직전이었던 이령은 다시 땅바닥에 엎드려서 왕을 알현하는 신세가 되었죠. 완달의 심각한 표정과 함께 무거운 침묵이 잠시 흐르는데, 이어지는 완달의 말에서 이령은 얼음장처럼 싸늘한 표정을 짓습니다.

 

'내가 틀렸다 이령, 내가 계시를 잘못 읽었어'

'상복을 벗어라 이령, 너는 흰 산의 주인이 아니다!'

 

 

이령은 갑자기 양위를 번복하는 완달에게 이유를 묻는데, 답은 간단했습니다. 진짜 하늘이 내게로 왔다. 이령 너는 흰 산의 기준에는 부합하나 하늘은 아니다.. 라는 것이었죠. 완달은 자신의 말을 절대로 번복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요, 흰 산 일족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최대의 결정에 있어서 번복을 해버린겁니다. 당황스럽고 억울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령의 마음을 완달도 이해하는 듯 했고, 양위 번복에 대해서 말할 때는 약간의 미안함도 느껴졌습니다.

 

지난 몇백년 간 힘을 숨기고 뒤에서 몰래 일족을 흡수하면서 겨우겨우 흰 산의 후계자로 선택받았고, 삼 년의 장례가 이제 거의 끝나서 이제야 용상에 오르려는데 이령 입장에선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겠죠. 왕위는 커녕 흰 산에 끌려가서 갑자기 영생에 들게 생겼으니, 정신이 아득해질만 합니다. 하지만 이령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완달에게 묻습니다.

 

'그 하늘을 제가 한 번 볼수 있겠습니까?'

 

 

완달은 이령이 그 동안 자신의 새끼들에게 어떤 짓을 해왔는지 이미 잘 알고 있었기에, 아직 어린 압카를 보여줄리는 없었습니다. 이령이 흰 산의 왕이 되기 위해 압카를 죽이고 흡수할 거라는 건 뻔한 일이죠. 저도 그래서 이전 화 리뷰 때 '완달이 과연 압카의 존재를 이령에게 얘기할까? 그랬다간 압카가 위험해질 수도 있는데, 뭔가 핑계를 대서 압카가 클 때까지 숨겨두는게 아닐까?' 생각했었던 건데요. 전 직 흰산의 왕 답게 완달은 노빠꾸였습니다. 이령 너 후계자 아니니까 나가, 어린 압카는 내가 좀 더 키워서 자리 물려줄거야 라고 이령에게 숨기지 않고 말하죠.

 

완달이 하늘을 보여주려 하지 않자 이령은 또 꾀를 냅니다. 얌전히 영생에 들어갈테니 이틀 정도만 식솔들에게 인사할 시간을 달라고 하는데요, 복제를 대신 보내서 흰 산을 속이고 영생을 시킨 뒤에 후일을 도모하려 한 듯 하죠. 하지만 완달은 단 며칠의 시간도 허락할 수 없고 예외는 없다며 즉시 흰 산으로 들어가 영생에 들 것을 명령합니다. '예외는 없다'는 걸 보니 대흥과 함화에게도 마음의 준비할 시간을 전혀 주지 않은 듯 해요.

 

완달은 흰 산의 묘역에서 대흥과 싸우면서 '내 손으로 너희를 두 번 묻게 하지 마라'는 식으로 말했었습니다. 대흥과 함화는 후계 구도에서 결국 이령에게 패하고 영생이 결정됐을텐데, 완달이 며칠의 시간도 안 주고 바로 흰 산으로 보내려고 하자 '며칠만 시간을 달라'고 애걸복걸 했을 것 같아요. 완달은 허락하지 않았을테고, 이에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도망치려고 마지막 발악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걸 완달이 억지로 잡아다가 직접 홍사로 묶어서 관에 넣은 듯 해요.

 

흰 산 일족에서 후계 경쟁을 했던 모든 이들은 비슷한 최후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살아있을 때는 세상의 지배자로 영원할 줄 알았는데, 모든 걸 내려놓고 죽지도 못한 채 영원히 고통받아야되는 운명이라면 누구든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아요. 특히나 이령은 후계자로 이미 지목을 받고 삼년 상까지 거의 다 마친 상태인데, 갑자기 전대 왕이 후계 선택을 부정하면서 나와버리면 더더욱 받아들일 수 없겠죠. 이렇게 된 이상 들이받아서 왕위를 힘으로 뺏으려는 것도 이상한 선택은 아닐 것 같습니다.

 

여튼 이제 이령은 막다른 길에 놓이게 됐습니다. 하늘이라는 존재를 만나서 죽일 수도 없고, 복제로 영생을 대체시키지도 못한다. 그렇다면 이령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죠. 숨겼던 이빨을 슬슬 드러내고 완달을 직접 치려고 마음먹습니다. 완달을 향해 공손하던 언어가 갑자기 싸가지 없어지기 시작하는데요, '막상 소멸하려니 겁이 난 것은 아니냐' '하늘이 출현했는데 왜 아바이는 흰 산으로 가지 않고 나만 가라 그러냐'면서 완달의 심기를 건드립니다. 신하들은 이령의 건방진 언어를 듣고 깜짝 놀라죠.

 

완달은 한 번은 참아줍니다. '하늘이 아직 어려서 내가 몇 해만 보살피려는 것이다. 나도 곧 따라 갈 것이다' 라고 알아듣게 얘기하는데요. 이에 대해 이령은 '하늘이라는 존재가 보살핌이 필요한게 맞느냐? 그딴게 정말 하늘이라고 볼 수 있냐'고 완달의 선택을 의심합니다. 백 번 양보해서 그 존재가 진짜 하늘이 맞다면, 자신이 하늘이 잘 자라도록 보살필테니 아바이는 이제 손 떼시고 하신던 소멸 마저 하시라고(?) 전하죠. 

 

그 말을 들은 완달은 코웃음을 칩니다. 고양이가 자신에게 생선을 맡기라고 말 하는 격이었는데요. 이령 니가 수백년 동안 내 핏줄들을 도륙해서 힘을 뺏은 걸 알고 있다며 니가 그딴 짓만 안 했어도 너에게 하늘을 맡겼을거라고 합니다. 이령은 자신의 최대 치부를 아바이에게 들켰음에도 당당했는데, 내가 그런 선택을 한 이유는 후계 경쟁이 불공정했기 때문이다, 기물도 줬다가 뺏어갔지 않느냐, 말을 절대 번복하지 않는 분이 나한테만 맨날 왜 그러냐고 그 간 쌓였던 울분을 토하죠.

 

잠시 설명하고 가자면, 이령이 빼앗겼다는 기물은 바로 삼실이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만주족의 설화 '여진정수'에서 3부 주요 아이템들의 모티브를 얻으셨는데요, 용을 죽였다는 '칠성도끼'와 용의 몸을 묶었다는 '삼실', 흑룡이 물과 날씨를 부릴 때 사용했다는 '정수주', 바람을 일으킨다는 '삽풍주' 등이 여진정수에 나오는 대표적인 아이템입니다. 이 중 칠성월과 삽풍주는 대흥과 함화가 쓰는 것으로 나왔고, 이령에게 물려준 기물로 '삼실'이 추가 등장한거죠.

 

삼실은 청사, 홍사, 황사 세 가지로 구분되는데 이 중 청사는 육신의 힘을, 황사는 술법의 힘을, 홍사는 자연과 연결된 힘을 구속한다고 합니다. 제가 봤을 때는 칠성월 삽풍주보다 삼실이 더 사기적인 아이템인 것 같은데요, 대흥과 함화만 하더라도 삼실을 다 쓸 것도 없이 '홍사'로만 묶어도 꼼짝하지 못합니다. 홍사가 끊어지는 순간 흰 산과의 결속이 끊어지면서 치명상을 입게 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여기에 육신의 힘을 구속하는 청사, 술법을 구속하는 황사까지 더해진다면 못 이길 존재가 누구일까 싶습니다. 흑룡과의 대결에서도 독수리에 탄 인물이 삼실을 휘날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칠성월보다는 이 삼실이 용을 잡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을거라고 봐요.

 

완달이 이령에게 줬던 삼실을 도로 뺏은데는 이유가 있겠죠. 뇌피셜을 좀 해보자면, 이령의 성품을 보아하니 나쁜 목적으로 사용할게 걱정되서 뺏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형제들도 쉽게 해할 수 있는 기물이기 때문에 불안했을 것 같아요. 후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큰 아들 대흥에게 홍사를 걸어서 흰 산과의 결속을 파괴시킨다던지, 이령이 영생에 드는 순간이 찾아왔을 때 삼실을 써서 쿠테타를 일으킬 것 같다던지 의심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죠. 핵심은 '어떤 계기로 이령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기에' 삼실을 빼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다시 돌아와서, 이령은 이제 본격적으로 완달에 맞서려 합니다. 완달은 이런 상황을 예상했다는 듯한 표정이었는데, '몸이 상하지 않도록 하거라'라는 말도 이령을 걱정하는 말이 아니라, 영생에 들어야 할 제물이 훼손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말로 들렸습니다. 그렇게 둘의 대결이 시작되는데, 신하들은 이령이 반란을 일으켰다며 급히 홍사를 찾기 시작하죠. 하지만 홍사를 들고 있던 병사들은 이미 이령에게 포섭됐는지, 이령이 아닌 완달에게 홍사를 날립니다. 눈빛을 보니 이령에게 정신지배를 당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수비대가 완달에게 날린 홍사는 완달의 발길질 한 번으로 허무하게 파훼되는데요, 이령이 준비했던 히든카드는 따로 있었습니다. 그것은 완달이 이령에게 줬다 빼았았던 기물 삼실이었죠. 몇 화 전 이령이 용상 뒤에서 부하들을 시켜 뭔가를 꾸미는 장면이 나왔는데, 알고보니 용상 뒤에 삼실을 이미 가져다 둔 것이었습니다. 삼실을 미리 배치해둘 생각을 어떤 계기로 한 것인지 큰 반전인데요, 완달이 다시 돌아올 것을 예상이라도 한 걸까요? 최악의 경우 자신이 용상을 뺏길 가능성을 고려해서 삼실을 깔아놨다는게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이령을 다 제압했다고 생각했던 완달은 무방비 상태에서 청사와 황사 세례를 받게 되는데, 육신의 힘과 술법의 힘을 모두 묶이게 된다면 제 아무리 완달이라고 해도 이령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흰 산에 환원하다가 만 힘이 10분의 1 가량 남아있다고 하는데, 이 힘을 쓴다면 완달은 소멸하게 된다고 하죠. 이령의 과거 회상 장면을 보면 완달로 추정되는 이가 이령을 어르고 달래고 타이르듯이 말 하는 대사가 많았는데요, 이번 대결의 결과로 둘의 관계의 우위가 뒤집혀 버릴지 지켜봐야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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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중간에 시라무렌이 완달성의 상황을 염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중요한 떡밥인 것 같습니다. 흰 산의 왕이 힘을 환원하다가 말고 중간에 나와서 양위를 뒤집었다는 것도 놀라운데, 성 안에서 큰 싸움까지 일어났다면 전임 왕과 신임 왕 사이에서 내분이 일어난걸로 충분히 파악할 수 있겠죠. 흰 산의 힘이 완전히 이양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전까지 일어났다면, 그 동안 흰 산 일족에게 이를 갈았던 라오허가 흰 산을 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미 본류의 힘을 어디든지 끌어다가 쓸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하기에, 순식간에 병력을 모아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칸이 쳐들어온다면 완달도 쉽게 막아내기 어려울텐데요, 대흥과 함화는 이미 영생에 들어간데다가 이령은 쿠테타를 일으켰기에 흰 산에 불리한 싸움이 될 것 같습니다. 변수는 칠성월과 삽풍주 두 기물들일텐데, 이 또한 완달이 직접 사용하지 않는다면 칸의 본류의 힘에 밀려서 힘을 못 쓰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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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달이 안 보여주겠다고 숨긴다 해도, 결국 이령은 압카의 정체를 알게 될 것 같습니다. 이미 이령의 부하인 초량이 청개에게 첩보를 듣고 부하를 시켜서 완달의 침소를 염탐했는데요, 여기서 어린 압카와 압카의 어머니인 인간 무녀 '이르하'를 발견하고는 이들의 정체에 대해 이령에게 보고할 것 같습니다. 초량은 과거 이령으로부터 '완달성에서 빠져나간 인간 무녀가 완달의 씨를 잉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죠.

 

잉태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던 반인반수(半人半獸) 아기가 바로 완달이 찾아해메던 하늘(天)이었다는 걸 이령도 곧 알게 될 것이고, 양백이 왜 갑자기 자신을 배신하고 그 아기를 지켰는지도 알게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