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형님 연구소

호랑이형님 3부 11화 - 알현(謁見)편 리뷰

호랭박사Holang 2022. 7. 22. 23:31

 

호랭박사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dr.holang

 

안녕하세요! 호랭박사입니다.

벌써 일주일이 또 후딱 갔네요..!! 3부 11화 리뷰를 해보겠습니다.

 

 

지난 화에서 대흥과 함화의 부하들이 흰 산의 묘역을 습격하여 홍사에 감겨 잠들어있던 대흥과 함화를 다시 부활시켰었죠. 둘은 하빈신이 이미 석상화 되어버린듯 푸른색으로 몸이 변해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함화가 이령의 부하들을 공격하는 사이, 대흥은 아바이 완달이 흰 산의 힘을 환원하는 신성한 장소로 이동하는데요. 대흥이 들어가서는 안 되는 구역이었지만 이제 개의치 않는듯 밖의 보초를 전부 죽이고 아바이를 만납니다. 완달은 흰 산의 힘이 빠져서 그런지 급 노화가 온 모습이었는데요, 불과 얼마 전까지 위엄이 넘치던 얼굴이었지만 이제 눈과 입가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할아버지가 되어버렸습니다.

 

완달은 대흥을 향해 '소멸을 면하려거든 당장 관으로 돌아가라'고 경고합니다. 흰 산의 주인은 힘의 환원이 끝나고 나면 흰 산에 흡수되어 사라지는데요(회귀回歸). 이후 다음 흰 산의 주인이 힘을 내려받게 되는 순간, 흰 산의 영역 안에 있는 흰 산의 일족은 전부 완달처럼 흰 산에 흡수되어 소멸된다고 합니다. 마치 한 세대의 왕위가 진행되는 동안 여기저기 흩어졌던 흰 산의 힘들이 한꺼번에 리셋되어 새로운 주인에게 환원되는 듯한 방식이었죠.

 

여기서 살아남고 싶다면, 새로운 흰 산의 왕이 힘을 내려받는 동안에는 흰 산의 영역을 벗어나있거나 홍사에 감겨 관(棺)에 들어가있어야 소멸을 면할 수 있다고 완달은 설명합니다. 흰 산의 일족이라고 전부 다 흰 산으로부터 소멸의 형벌을 받는건 아닌 것 같아요. 힘의 승계가 이뤄지는동안 잠시 흰 산을 떠나있으면 되는 것이고, 때만 잘 맞춘다면 오히려 흰 산의 왕보다 더 오래 존속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후계 경쟁을 하던 왕자들은 흰 산에게 힘을 영속적으로 바쳐야 할 의무가 있기에, 흰 산의 영역 밖으로 도망가지 않고 관(棺)에서 목숨을 부지해야 합니다. 이후 힘의 승계가 끝나게 되면 영생의 계곡으로 옮겨져 영원히 미라로 살게 되는거죠. 말이 영생이지 소멸하는 것 보다 더 고통스러운 운명이 아닌가 싶은데요, 그것이 흰 산이 유지되는 방식이었습니다.

 

대흥은 이미 부하들에게 진상을 보고받았는지 완달에게 '이령은 후계자의 자격이 없습니다'라고 고(告) 합니다. 이령이 여기저기 흩어진 완달의 자식들을 갓난애고 청년이고 할 거 없이 싹다 잡아죽여서 힘을 키웠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완달은 처음에는 이 말을 믿지 않았지만, 대흥이 잡아온 이령 부하의 기억을 들여다봄으로써 거짓이 아님을 알게됩니다 .이령이 몇백년 동안 조용히 왕위 욕심없는 코스프레 하면서 뒤에서 완달의 자식들을 도륙해왔다는 것이 전부 드러나게 된거죠.

 

완달은 이령의 과거에서 자신의 핏줄들이 이령에게 흡수당해 소멸하는 모습을 보면서 괴로워합니다. '이령이 나의 핏줄을 얼마나 죽인 것이냐?'고 묻는 것도 그렇고, 수백년 동안 이 짓을 벌여왔다는 이령 부하의 말을 듣는 순간에는, 그를 벽에 냅다 꽃아버려서 즉살시키죠. 이령을 따라다니며 자신의 새끼를 도륙하는 것에 일조했던 부하놈에게 순간 분노가 차오른게 아닐까 싶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대흥은 완달에게 '이령이 형제를 해하지 말라는 명을 어겼다'며 후계자 박탈을 요구합니다. 자신은 이미 몸의 변화로 인해 늦었으니 삼남 함화에게 후계자 자리를 승계해달라고 얘기하죠. 자신에게 왕위를 달라고 한 것도 아니니, 대흥에게 사리사욕이 있다고 볼 수도 없었습니다. 그저 같은 아비를 둔 형제들을 갓난애 가릴거 없이 도륙하고 다녔다는 사실이 대흥을 분노하게 만든 것이겠죠.

 

대흥은 불과 몇년 전, 라오허를 잡아서 후계 인정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칠성월을 막아서는 이령 때문에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습니다. 형제를 죽이지 말라는 아바이의 명을 어길 수 없었고, 자기가 진작 후계 인정을 받았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거라며 자신을 책망하면서 칠성월을 거둬들였죠. 아마 이령의 본색을 알고 난 뒤로는, 그 때 라오허와 함께 죽였어야 한다고 크게 후회했을 것 같습니다.

 

완달은 이령이 벌인 짓의 실체를 알고 난 뒤,  '이령이 그런 짓까지 했을줄은 몰랐구나..' '대흥 난 니가 내 뒤를 이어주길 바랬다..' 등등 이령에게 마음이 돌아선 듯한 뉘앙스로 말합니다. 당장이라도 후계를 뒤집어버릴듯 했죠. 하지만 이어지는 말을 듣고 대흥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너는.. 왜 이령처럼 그리하지 못한 게야?'

 

 

대흥은 '그럼 아바이의 명을 어기고 형제들을 해쳤어야 합니까?'라고 반문합니다. 완달의 답은 단호했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우선 내 후계자가 되었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니가 후계자가 되기를 바랬는데, 이령이 그런 방법을 찾아서 수백년 동안 힘을 축적하는 동안 너는 뭐했냐는거죠. 완달이 분명히 앞에서는 자기 자식들이 도륙된 장면을 보며 분노했는데, 갑자기 싸이코패스처럼 왜 태세전환을 하나 싶으실텐데요. 여기서부터는 모든 책임을 짊어진 절대자 흰 산의 왕의 입장을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후계 경쟁은 완달이 자기 마음대로 가장 마음가는 자식을 고르는 과정이 아닙니다. 후계자는 흰 산을 지킬 수 있고 흰 산이 필요로 하는 강함을 갖추고 있어야 하기에, 무조건 기준에 부합하는 힘이 있어야하죠. 완달도 분명히 이령이 한 짓에 대해서는 예상치 못했고 흰 산의 후계자답지 못한 음흉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중요한 건 현재고 결과였습니다. 삼년 전 대흥과 함화는 이령과의 기물 뺏기 싸움에서 맥도 못추고 지고 말았죠. 이미 힘의 격차가 극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졌다는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대흥의 '후계를 다시 정하십시오'라는 말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함화가 이령보다 훨씬 약하니까요.

 

더군다나 이령은 그냥 후계자가 아니고 '하늘'이라고 계시받은 후계자였습니다. 그런 이령이기에 힘을 얻는 과정에서 비록 자신의 새끼들을 취했다고 해도 완달에게는 이것 조차 숙명으로 느껴졌을 것이며, 오히려 흰 산에 영속되서 힘을 보태야 할 놈들이 홍사를 끊고 나와서 후계를 바꿔달라고 설치는 이 상황을 더 용납할 수 없었을 겁니다. 지금 이 순간 대흥과 함화는 흰 산의 영속을 위협하는 방해꾼들이었고, 두 번 죽이게 하지 말고 얌전히 제 발로 들어가라고 둘을 힘으로 제압하죠. 흰 산의 힘을 거의 내려놓은 완달이었지만 대흥과 함화는 순식간에 아무 힘도 쓸수 없게 됩니다.

 

그렇게 흰 산의 주인과 아들들이 부자간 싸움을 벌이던 중, 갑자기 누군가 등장합니다. 지난 화에서 몰래 자신만 아는 길로 숨어들어왔던 양백과 인간 무녀였는데요, 무녀의 이름은 '이르하'였습니다. 호형 3부 프롤로그에서 우처구 우러본이라는 만주족 신화가 소개된 적이 있는데, 이르하는 그 신화에서 '꽃의 신'으로 등장하는 이름입니다.

 

그들은 거대한 범종을 등에 이고 왔는데, 그 안에는 어린 압카가 들어있었습니다. 완달은 범종 안의 존재를 아직 들여다보지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그가 '하늘(天)'임을 느꼈고, 자신의 후계 선택이 틀렸음을 확신합니다. 완달은 범종을 종잇장처럼 찢어서 압카를 자세히 보려 하는데요, 저는 이 장면이 마치 '박혁거세가 알에서 탄생'하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범종을 찢고 나타는 하늘(천)... 작가님은 이런 묘사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참 대단합니다.

 

----------------------------------------

 

장면이 완달성으로 바뀌고, 이제는 용상에 오른 이령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전 화에서는 용상에 앉으려다가도 '몇 달만 더 참으면 된다'라고 하더니, 뭔가 상황이 바뀐걸까요? 복제를 만든 거 말고는 상황이 바뀐건 없는데 여튼 이제 용상에 앉았네요.

 

이령은 용상에서 '대흥과 함화 부하들의 습격을 받았다'는 부하의 보고를 받는데요. 대소 신료들이 다 있는데 거기다데고 '대흥과 함화의 부하들은 전부 죽였잖아?!'라고 소리칩니다. 뒤에서 하고 다닌 구린 짓을 온갖 신료들이 있는데 다 얘기를 해버린거죠. 보고를 한 부하조차 당황할 정도로 어이없는 행동이었습니다. 흰 산의 왕이 이제는 영생으로 사라진 형제의 부하들을 쓸어버리고 다녔다니,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소인배같은 행위죠.

 

이령이 그랬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얼마 전 복제를 만든다고 혼의 일부를 떼어냈는데, 그 날 이후 온갖 두통과 꿈을 꾸는 듯 혼탁한 상태가 지속됐던건데요, 방금 전에 그 위급한 보고를 받아놓고는 금새 까먹어버립니다. 마치 이령이 2부에서 보고받은 사항을 자주 까먹고, 당했던 일도 잘 잊어버리는 모습을 보는 듯 했는데요. 원래 명석하고 머리 회전이 빠른 이령이었지만 부작용 때문인지 갑자기 상태가 나빠진듯 보였습니다.

 

이령은 방금 습격에 대한 보고를 받기 전, 동맹국의 볼모들을 불러들여 한 소리 하려던 참이었는데요. 그새 이자들이 누군지 또 까먹었는지 '저들은 다 무엇인가? 어수선하게 누가 정전에 들이라 했어?'라며 딴소리를 합니다. 신하에게 보고를 받고 나서야 기억해내는데, 신료들도 그 모습을 보고 요즘 어딘가 이상하다고 의아해하죠.

 

이령은 동맹국의 볼모들을 향해 앞으로 자신에게 충성하고, 본국의 정보를 소상히 보고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들은 앞으로 흰 산 왕의 명을 받아 동맹국의 왕이 될 자들이었죠. 그 중에는 어린 시라무렌도 있었는데요, 덩치는 2부에서나 지금에서나 비슷하지만 얼굴은 완전히 앳된게 귀엽습니다. 이령이 흰 산의 왕으로 용상에 앉아있을 때, 시라무렌은 동맹국의 볼모로 엎드려 절하고 보고하던 급이었네요.. 2부에서 이령이 시라무렌의 성으로 쳐들어갔을 때가 생각납니다. 이령은 자신이 앉으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자리에 앉은 시라무렌을 보고 괘씸하게 생각했죠. 왜 그랬는지 이제 알 것 같습니다.

 

시라무렌은 이령으로부터 '라오허가 본류의 힘을 어떻게 지류에서도 쓸 수 있는지 알아와라'라고 명을 받았지만, 모르겠다고 하죠. 실제로 모르는건지 알면서 모르는척 하는건지는 나중에 알 수 있게 될겁니다. 결국 시라무렌은 그 방법을 이용해서 황수의 힘을 흰 산까지 끌어들여 이령과 싸우는데 사용했으니까요.

 

다시 돌아와서, 대흥과 함화 건으로 급히 보고하러 왔던 부하는 당황합니다. 영생에 들어가야 할 두 형제가 관에서 뛰쳐나와 난리를 치고 있다는데, 이령은 동맹국의 볼모들하고 한가한 소리나 하고 있으니 이상하게 여겼겠죠. 이령은 또 '아차!' 하더니 급히 흰 산의 묘역으로 달려나가려 합니다. 그 사이 이 위급한 일을 잊어버렸다는 얘기인데, 이령에게 뭔가 이상이 있는게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이령이 밖으로 나가려던 찰나,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오는 거대한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완달이었습니다. 그는 흰 산의 힘을 환원하던 일을 중단하고 다시 성으로 돌아온 것 같은데요, 자신의 진짜 후계자가 압카였다는 사실을 알게됐으니 이제 후계를 번복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지금 바로 어린 압카의 존재를 얘기하면 이령이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니, 때가 될 때 까지는 적당한 핑계를 댈 것 같기도 해요. 아무리 압카가 타고난 예언의 인물이라고 해도 지금의 이령을 이길 수는 없을테니까요. 다음 화에서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 너무나 기대됩니다...

 

---------------------

 

이번 화에서 이령이 자꾸 깜빡깜빡 하는 모습을 보며 '복제인 것 같다'고 의견을 주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근데 제가 보기에도 그렇게 보여요. 분명히 이령은 이전 화에서 '몇 달만 참으면 된다'면서 용상에 오르기를 거부했는데, 이제는 용상에 앉아있으니 그 사이 이령이 원하던 뭔가가 이뤄졌다는 말이 됩니다. 현재 그럴만한 이벤트는 복제를 만든 것 뿐이죠.

 

자꾸 깜빡깜빡 하는 것도 이전 화에서 위危가 말했던 '혼과 백의 불완전한 결합', '기억을 주입할 때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경고 메세지를 떠오르게 하는 장면입니다. 이령은 복제의 생장속도를 가급적 빠르게 하기를 원했지만, 위危는 너무 빨리 생장시키면 위에서 말한 부작용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속도조절을 했었죠. 이번 화에서 이령이 깜빡깜빡 하는 모습은 비교적 빨리 생장시킨 복제가 기억의 주입을 제대로 받지 못해 생긴 부작용, 혹은 혼과 백의 불완전한 결합에서 오는 부작용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복제가 어떻게 복제를 만든 기억까지 갖고있을 수 있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이령이 애초에 왜 복제를 만들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목적에 따라서는 충분히 복제를 만든 기억까지 주입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복제가 감히 자신이 복제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복제를 만든 기억까지 넣어버렸을 가능성도 있는거죠. 이 가설대로라면 명석하던 이령이 왜 갑자기 건망증과 판단력이 흐려지는 바보가 된 건지 설명이 됩니다. 이 가설이 맞다면 진짜는 어딘가에서 따로 활동하고 있겠죠.

 

물론 아닐 가능성도 많습니다. 그토록 원하던 흰 산의 왕 자리를 이제 겨우 차지하게 됐는지, 갑자기 복제에 왕위를 맡기고 자신은 사라져버린다? 행동의 동기를 찾을수가 없죠. 왕위가 싫었으면 차라리 복제를 만들어서 대신 관에 갇히게 하던가, 이제 흰 산의 왕이 된 마당에 복제를 대신 왕위에 앉힌다니 이상한 일입니다. 더군다나 이령은 자신이 '하늘'이라고 알고있을텐데요, 흰 산 일족의 숙명을 끝낼 존재이기 때문에 이령은 완달처럼 후계에게 힘을 물려주면서 소멸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령은 대체 왜 복제를 만들고자 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떻게 아린이라는 질서를 거스르는 괴물이 탄생했는지 슬슬 알 수 있게 될 것 같아요. 점점 흥미로워지는 3부 다음 화도 기대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