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형님 연구소

호랑이형님 3부 9화 - 후계자 이령 편 리뷰

호랭박사Holang 2022. 7. 8.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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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호랭박사 입니다.

일주일이 쏜살같이 지나갔네요.. ㅎㅎ 3부 9화 리뷰를 시작합니다!!

 

한 시간 정도 쓴 글이 컴퓨터 다운되면서 날라갔어요.. ㅜㅜ 후... 똑같은 내용을 다시 씁니다...

 

지난 화에서 완달이 이령을 후계자로 선언하면서 끝이 났었죠. 신하들조차 이령이 후계자라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냐며 수근수근 대는데요, 수 백년 간 둘이 후계 경쟁을 해 왔던 대흥과 함화가 이 결정을 순순히 받아들일리 없었습니다. 평소에는 하늘같이 모시던 완달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면서 '인정할 수 없다'며 대들죠. 왜냐하면 후계자는 가장 강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그들이 보기에 이령은 너무나 약했기 때문입니다.

 

대흥의 말을 들어보면, 이령은 '타고나길 약하게 태어나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기물도 물려받지 못한 놈' 이었습니다. 여기서 기물이란 칠성월과 삽풍주를 말하는 것이겠죠. 이전에 이령도 라오허에게 '칠성월과 삽풍주는 저희 부모님의 기물입니다'라고 한 적이 있는데요, 둘의 말을 종합해보면 흰 산의 삼형제는 어미가 같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저는 막연히 배다른 형제일 거라고 봤는데, 같은 어머니를 둔 친형제로 봐야될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들의 어머니는 어떤 존재일가요? 이전 화 리뷰에서 제가 만주족의 여진정수 설화에 대해 소개해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그 설화에는 완달과 여진이라는 젊은 부부가 칠성월과 삼색실을 사용해서 용을 무찌르는 내용이 나옵니다. 만약 작가님께서 여진정수 설화를 차용하셨다면, 흰 산 삼형제의 어머니는 바로 '여진'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인물은 완달이 흑룡과 싸울 때 독수리를 타고 날아다니면서 삼색실을 흩날리던 이 사람이 되겠죠.

 

 

여튼 대흥은 완달에게 후계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자신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달라고 말 합니다. 허락하신다면 당장 이 자리에서 이령의 목이라도 꺾어놓겠다고 으름장을 놓죠. 만약 잘 모르는 사람이 이 장면만 봤다면, 대흥이 왕위에 집착래서 동생마저 죽이려는 소인배로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느꼈던 대흥은 그 정도 그릇의 인물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죄 없는 생명을 많이 학살하긴 했지만..) 다만 아바이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너무 크기 때문에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대흥에 대해 몇 화 전 장면들을 되돌아보죠. 대흥은 라오허와 목숨을 건 전투를 벌이면서 속으로 '만일 내게 문제가 생기면 함화 너라도 라오허의 힘을 가져야 한다!'고 목숨에 집착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칠성월이 라오허에게 돌진할때 이령이 그 앞을 막아섰는데요, 그대로 둔다면 이령과 라오허를 동시에 쳐서 죽일 수 있었지만 끝내 칠성월을 거둬들였죠. 눈 앞의 힘 보다는 동생의 목숨을 먼저 챙긴 것 입니다. 그리고는 '이 모든 게 내가 흰 산의 기준에 닿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자책하는 모습도 보여줬죠.

 

대흥은 완달을 닮아 누구보다 강했고 일찌감치 후계자로 낙점됐지만, 흰 산의 기준을 번번이 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때마다 아바이의 기대에 부흥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깊었을 거고, 목숨을 걸어서라도 아바이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컸을 것 같습니다. 심지어 자기가 힘을 얻다가 혹 잘못되면, 같이 경쟁하던 함화라도 아바이의 인정을 받아야한다라고 까지 생각한 것 같아요. 동맹을 쳐서 힘을 얻겠다는 잘못된 생각이 여기에서 비롯된 것 같죠. 그런데 갑자기 함화도 아니고 약골 이령이 완달에게 완전히 인정을 받아버렸으니, 아바이고 뭐고 대흥의 눈이 돌아버릴만 합니다.

 

완달은 이령에게 다시금 묻습니다. 만약 이령 니가 진심으로 싸움에 가세했다면 라오허를 이길 수 있었겠느냐고요. 완달은 이미 이령의 숨겨진 힘을 알고 있었죠. 이령은 이제 더 숨길 것도 없이, 자신이 싸움에 가세했다면 라오허는 죽었을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그건 허언이 아니라 진짜였을 것 같아요. 라오허조차 막지 못하던 칠성월을 이령은 숨겨둔 진짜 힘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꽤나 잘 막아냈었기 때문이죠.

 

이에 대흥은 완달에게 자신은 말 뿐이 아니라 실제로 라오허를 거의 잡을 뻔 했다고 주장합니다. 진짜긴 하죠. 라오허가 칠성월의 힘에 짓눌려서 당하기 일보 직전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완달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기물의 힘이지 너의 힘이 아니다, 대흥과 함화 너희들이 칠성월과 삽풍주가 아니었다면 라오허와 싸울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합니다. 기물의 힘에 지나치게 의존해서 스스로를 한계에 가둔 꼴이 되었다는거죠.

 

완달은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대흥과 함화를 위해 마지막 시험을 시작합니다. 그는 칠성월과 삽풍주를 돌려주는데요, 곧이어 이령에게 칠성월과 삽풍주를 제압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기물은 더 강한 자를 따를 것이기 때문에, 이령으로 하여금 감춰둔 힘을 개방해서 대흥과 함화에게 칠성월과 삽풍주를 빼앗으라고 명 한거죠. 이령은 긴장 하나 없는 표정으로 '아바이의 분부 받들겠다'며 숨겨둔 힘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어서 엄청난 기운이 방출되면서 칠성월과 삽풍주를 끌어들이기 시작하는데요, 대흥과 함화는 이령의 거대한 기를 느끼고 경악합니다. 약골인데다가 늘 허름한 옷을 입고 다니면서 허허실실 하던 녀석이 이렇게 엄청난 힘을 감추고 있었다는 것에 놀랐을거고, 오직 이 날을 위해 그 오랜 세월동안 참아왔다는 것에 두 번 놀랐을 겁니다. 함화는 거의 반쯤 미쳐서 이령에게 '그만해! 죽여버린다!'며 욕지거리까지 날리죠. 겉으로는 형이라고 불러주긴 했지만, 평소에 얼마나 이령을 깔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결국 대흥과 함화는 더 버티지 못하고 칠성월과 삽풍주를 이령에게 뺏기고 맙니다. 그렇게 완달의 최종 시험은 종료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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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이 바뀌고, 완달의 성에서 장례식이 진행되는 모습이 나옵니다. 최종 경합이 있을 날로부터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는 않았을걸로 봐요. 이미 세 형제에게 부여했던 삼년 중 이년이 지났었고, 이령이 최종 후계자로 발탁된 이상 완달은 그 동안 미뤄왔던 양위를 즉시 진행한 것 같습니다.

 

흰 산의 주인이 바뀌는 것은 생각보다 빠르게 되지 않고, 삼 년이나 걸리는 거사였습니다. 이전 대의 주인이 먼저 삼 년 간 흰 산의 힘을 몸에서 빼낸 후에, 다음 대의 주인이 그 힘을 받는 식인 것 같아요. 이 기간 동안 이령은 상제로서 삼 년의 상을 치르게 되는데요, 이는 앞으로 흰 산의 힘을 가진 인물이 삼 년 동안은 없다는 얘기였습니다. 완달과 이령이 얘기하던 '힘의 공백기'가 이런 것이었네요. 완달은 이령에게 힘의 공백기에 외세로부터 흰 산과 묘역을 지킬 것을 당부합니다.

 

왕의 의자에 앉아있는 완달의 앞에는 두 개의 큰 관이 있었는데요, 저는 이 장면을 보고 약간 소름이 돋았습니다. 대흥과 함화를 꽁꽁 싸매서 관에 가둔 것이었죠. 완달은 '대렴이 끝났으면 가자'라고 말하는데요, 여기서 대렴이란 염포로 시신을 잘 묶은 뒤 관에 넣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전통 장례절차에도 나와있는 것인데요, 저는 호형에서 이런 요소들이 나올때마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습니다. 몰입감이 한층 깊어진다고 할까요.

 

여기서 전통 장례절차를 약간 소개하고 가겠습니다. 오늘 호형에서 등장한 삼년 상은 조선시대 풍습으로 착각할 수 있는데요, 사실은 삼국시대부터 이미 존재하던 풍습이라고 합니다. 작중 시점인 발해 이전부터도 있었다는거죠. 장례 첫 날에는 '초종'이라고 하여 운명한 고인에 대해 슬픔을 표하고 시신을 목욕시킨다고 하고, 둘째 날에는 '소렴'이라고 해서 시신을 베로 싸서 관에 넣을 준비를 합니다. 셋째 날에는 '대렴'이라고 해서 시신을 관에 넣는 절차를 거치죠. 이후 4일차에는 발인 등의 절차가 이어집니다. 호형에서 언급된 '대렴'은 시신을 관에 넣는 절차이니, 대흥과 함화는 방금 전에 관에 들어갔다고 봐도 되겠죠.

 

이제 완달은 가마에 타고 아들 둘을 실은 관과 함께 흰 산 일족의 묘역으로 이동합니다. 성의 모든 신하들은 밖으로 나와서 절을 하며 '애고 애고 어이 어이'라고 소리를 내면서 애도를 표하고 계속 절을 하죠. 왕의 장례식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고, 이령의 눈물도 이 순간만큼은 가짜가 아니고 진짜로 느껴졌습니다.

 

흰 산 일족의 묘역에 다다른 뒤, 완달은 먼저 대흥과 함화를 잘 마련된 묫자리(?)에 밀어넣습니다. 땅에 묻히는 것도 아니고, 파 놓은 벽에 온 몸이 꽁꽁 묶인 채로 영생을 보내야 한다니, 흰 산 일족은 자신들의 살생에 대한 죄를 저런 식으로 받게 되는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대흥과 함과 주변에는 이미 예전에 묻힌 다른 흰 산 일족의 흔적도 많이 보였죠.

 

그렇게 아들들을 흰 산의 묘역에 파묻은 완달은 어디론가로 다시 이동하는데요, 어떤 큰 의자가 있었고 그 의자 뒤로 거대한 문양이 있었습니다. 그 문양은 마치 3부 0화에서 아부카허허가 흰 산에 힘을 묻었을 때 등장했던 문양과 흡사했죠. 완달은 자신의 몸에서 흰 산의 힘을 빼내기 시작했고, 그 기운은 의자와 문양을 타고 흰 산으로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완달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양위이긴 하지만, 계시받은 대로 '하늘'을 발견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이령이 '하늘'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고, 만약 이령이 하늘이 되면 이 모든 회귀와 영생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하죠. 흰 산 일족은 최강의 힘을 가진 종족이지만, 흰 산의 주인은 언젠가 명을 버리고 회귀해야 하고 후계자에 들지 못한 자들은 죽지도 못하고 영원히 흰 산에 기를 빨려야 하는 저주받은 숙명을 갖고 있습니다. 이령이 하늘이 된다면, 마침내 우리 일족의 저주도 끝나는 것인가.. 완달은 그렇게 생각한 듯 합니다.

 

완달은 아마 삼년 후에 자신이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겁니다. '하늘'이라고 생각했던 이령이 삼년 뒤 흰 산의 선택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죠. 먼 곳에서 느꼈던 계시는 이령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었고, 자신과 인간 무녀 사이에 생긴 반인반수의 탄생을 알리는 것이었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하지만 흰 산의 힘이 빠진 완달은 더 이상 이령에게 존경과 존대를 받지 못하게 될 듯 해요. 이령은 과거 회상에서 '그래서 새로운 후계를 도모하셨소? 내 이 일을 묵과하지 않을 것입니다!'라며 완달에게 상당히 싸가지없게 말하는데요, 지금과 비교하면 그 태도가 확 달라진걸 볼 수가 있죠. 아마 이령에게 패륜짓을 당하면서 갖은 수모를 겪게되지 않을까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