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형님 연구소

호랑이형님 3부 8화 - 후계를 정하다 편 리뷰

호랭박사Holang 2022. 7. 1.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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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호랭박사 입니다.

 

지난 화에서 라오허와 흰 산의 삼형제가 싸우던 중, 갑자기 완달이 길을 열고 나타나면서 끝이 났었죠. 완달은 대흥이 강의 일족을 학살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기도 했고, 이령이 칠성월을 막던 순간 그가 숨기고 있던 거대한 힘을 느끼면서 황급히 황수까지 직접 온 것이었습니다. 그 힘은 흰 산의 기준에 부합할 정도로 컸는데, 칠성월이나 삽풍주에서 나온 힘이 아니라면 그 힘의 주인은 이령일 것이기에 더욱 놀란 듯 했죠.

 

당시 상황을 돌아보면, 기를 축적한 칠성월이 태산같은 힘으로 라오허에게 치명타를 먹이기 직전이었는데요. 라오허도 못 버티던 칠성월을 이령이 (진짜 힘을 숨긴 상태에서도) 한동안 버텨냈으니 어쩌면 일족의 힘을 흡수한 이령은 라오허에 대적할 정도로 강해진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대흥과 함화는 더 이상 이령의 적수가 아니겠죠.

 

한편 라오허는 완달이 이 멀리 떨어진 황수까지 행차하자 믿을 수 없다는 듯 지켜봅니다. 일반적인 흰 산의 일족이야 어디든 갈 수 있지만 흰 산의 주인만은 절대 흰 산의 지기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인데요, 과거 완달이 라오허를 굴복시켰을 때도 비교적 흰 산과 가까웠던 본류만 잠시 왔다가 바로 흰 산으로 돌아갔다고 하죠. 그랬던 완달이 이렇게 먼 황수까지 직접 오다니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을 겁니다.

 

이령의 대사도 의미심장한데요. 완달이 흰 산의 지기가 닿지 않는 곳에 머무는 것 만으로도 명에 해를 입을 수 있다고 하죠. 어쩌면 오늘 일 때문에 완달이 때보다 일찍 흰 산을 뜨게 되었고, 아직 흰 산이 후계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왕위가 붕 떠버리는 상황이 벌어진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로 인해 2부 마지막화에서 큰어르신(이령)과 작은어르신(압카)가 완달이 없는 상태에서 자기들끼리 왕위 경쟁을 하는 상황이 된건가 싶기도 하네요. 

 

다시 돌아와서, 라오허는 완달의 등장을 보며 약간의 충동을 느끼게 되는데요. 흰 산과 연결된 저 문만 없앴다면 완달은 물 밖의 물고기와 다를바 없다.. 내가 완달을 해치우고 삽풍주를 손에 넣어 용이 될 수 있다.. 저 살인마 흰 산 일족 놈들을 몰아낼 수 있다라고 망상을 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완달이 일방적인 학살 현장을 다 봐 놓고도, 결국 철저하게 정복자의 입장에 서서 '아 미안 우리 아들들이 좀 심했네 배상해주면 되지?'라고 간단히 끝내려 하자 라오허의 충동은 커져만 갔습니다. 

 

말이 동맹이지 라오허와 그 수하들은 사실상 흰 산을 대신해 외부 세력과 대리전을 치르는 속국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신세였고, 자신이 아끼던 부하인 시라무룬과 노합, 수 많은 소생들이 떼죽음을 당한 상황에서도 흰 산 놈들에게 속 시원하게 항의 한 번 할 수 없는 처지 또한 라오허의 충동을 부추겼을 겁니다. 라오허는 본류에 몰래 숨겨둔 송전탑(?)을 가동하기 시작했고, 본류의 힘을 받아서 완달이 타고온 길을 파괴함으로써 그를 죽일 생각을 합니다.

 

 

'오늘 자행된 이 학살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합니다!'

 

 

라오허가 말한 '책임을 져야 할' 존재는 아마도 완달이었을 겁니다. 당신의 자식들이 내 부하와 소생들을 모두 죽였으니 당신의 목숨으로 배상하시오! 라고 본류의 힘을 쓰면서 멋지게 공격하고 싶었겠지만..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완달은 바로 대흥에게서 칠성월을 빼앗아 라오허에게 겨눕니다.

 

완달이 도끼를 집어들자, 라오허는 칠성월에 PTSD라도 있는지 심하게 경기를 하면서 품었던 역심을 순식간에 버리는데요. 완달이 던진 도끼는 라오허의 철갑 결계를 그대로 파괴해버렸고, 라오허는 전의를 상실한 듯 본류에서 작동하던 송전탑을 정지시킵니다. 완달이 오랜 기간 전장에 나서지 않아 노쇠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고, 대흥이 쓰던 칠성월과는 차원이 다른 파괴력에 꼬리를 내린 것이죠. 라오허의 독백을 들어보면, 과거 완달이 흑룡과 싸울 때 보여줬던 칠성월의 포스에 아직도 압도되어 있는 듯 합니다.

 

흑룡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부분이 많은데요, 아마도 이 흑룡은 검은 강(흑룡강)의 주인이었을 가능성이 클 것 같습니다. 흑룡강은 라오허보다 더 큰 강이고 흰 산의 북쪽에 있는데요. 과거 라오허를 포함한 주변의 거대한 강들을 흑룡이 지배하던 중, 흑룡이 완달의 칠성월에 패하자 흑룡의 부하였던 라오허가 자연스럽게 완달을 따르게 됐고, 당시에 완달이 흑룡과 싸우던 모습이 공포로 남아 아직까지 라오허를 짓누르고 있는 듯 보입니다.

 

여튼 완달의 한 방으로 라오허의 반란은 쉽게 제압되었고, 대흥과 함화에게 사지가 잘려 죽은 시라무룬과 노합은 시신을 태워 없애라는 완달의 명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어린 시라무렌은 장성할 때까지 흰 산에서 데리고 있겠다는 말과 함께, 시라무룬과 노합의 뒤를 이을 자들을 선발해서 흰 산에 볼모로 보내라는 명이 떨어집니다. 이는 동맹 세력들이 함부로 흰 산을 배신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반란을 일으키면 즉시 죽일수도 있고, 흰 산이 원하는데로 세뇌교육(?)도 시킬 수 있기에 흰 산이 효과적으로 세력을 유지하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라오허와의 실랑이가 대충 수습되자 완달은 이령에게 몇 가지를 묻는데요. 이령이 싸움밖에 모르는 대흥과는 다르게 주변 세력들과 동맹을 전략적으로 이용할 줄 알고, 전투에서도 첩보를 활용해 이길 싸움과 피할 싸움을 명확히 판단할 줄 알며, 심지어 자기가 모르던 잠재된 힘까지 갖고 있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마 3부 0화에서 말했던 '내가 모르던 잠재된 힘이라도 있는건가?'라고 스스로 물었던 것에 대해 '아, 이령이 잠재된 힘이 있었구나'라고 생각했겠죠) 

 

완달은 첫째 대흥에게 각별한 기대가 있었던 것 같은데요, '어쩌 그리 아둔한 것이냐.. 대흥..' 이라는 완달의 독백에서 진한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한편으로는 그가 왜 오랜 시간동안 완달의 선택을 받지 못했는지도 여실히 드러났죠. 형제 중 힘이 가장 셀 지는 몰라도 흰 산의 왕으로써 주변 세력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전혀 되지 않았고, 그런 자가 큰 힘을 갖게 됐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뻔했습니다. 통치에 자질이 없는 자가 예언의 '하늘'일리도 없고, 하늘이어서도 안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 듯 합니다. 

 

동맹이 필요한 이유는 흰 산과 대립하고 있는 거대한 세력이 있기 때문인 듯 한데요, 그 세력은 곤륜일 겁니다. 풍수지리에서 세상의 지기는 곤륜에서 시작되어 백두산에서 끝난다고 하죠. 그만큼 곤륜산은 흰 산과 대비되는 태초의 영산이고, 곤륜의 주인 서왕모와 그녀를 모시는 삼청조는 완달과 세 아들들에 못지 않은 강자일 것입니다. 이미 청조의 아들로 대방(비록 첩의 아들이긴 하지만)이 등장한 마당인데, 어쩌면 호형의 클라이막스는 곤륜과 흰 산의 전쟁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장면이 바뀌고, 이령 대신 인간 무녀를 찾아나선 양백의 상황이 그려집니다. 그는 비워져있는 무녀의 집 바닥에서 왠 아기 발자국을 발견하는데요, 돌바닥을 뚫고 들어간 발자국에서 압카의 향기(?)가 이미 진하게 느껴졌습니다. 양백이 근처에 있는 땅굴을 발견하여 깊숙히 들어가보니 왠 범종이 심하게 찌그러진채로 구석에 처박혀 있었고, 좀 더 깊숙이 들어가보니 흰 머리를 한 꼬마아이가 찌그러진 범종을 깔고 앉아 가부좌를 틀고 있었습니다. 인간들은 그를 신처럼 떠받치며 절을 하고 있었죠.

 

그 모습이 참 기이하기도 하고 뭔가 설화 속에 나온 한 장면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치 알에서 태어난 박혁거세를 인간들이 발견하고 연신 절을 하는 모습같달까.. 덩치로 보나 머리 색깔로 보나 이 아이는 압카가 확실해보이는데요. 완달이 몇 년 전 계시를 느꼈던 시점과 압카가 태어난 시점이 거의 일치하는 걸로 봐선 압카가 '하늘'이 맞아 보이네요. 압카가 반인반수였다는 것이 큰 반전이었습니다. 다음 화에서 양백이 압카를 공격할텐데 과연 세 살 짜리에게 양백이 제압당할 것인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대흥과 함화가 과연 이대로 순순히 왕위를 내어줄까 싶기도 합니다. 자신들이 무시하던 이령이었는데, 어떤 술수를 쓴 건지 시비를 걸 것 같기도 하고.. 진짜 힘을 시험해 보자며 싸움을 걸 것 같기도 하고. 여튼 왕위 결정을 순탄하게 받아들이고 영생의 길을 순순히 택할지도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