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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형님 3부 2화 - 후계(後繼) 선언 편 리뷰

호랭박사Holang 2022. 6. 15.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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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호랭박사입니다.

3부 2화 리뷰를 이어가보겠습니다. ㅎㅎ

 

이번 화는 흰 산 일족의 속사정에 대해서 깊게 알 수 있었던 회차였습니다. '하늘이 열리는 것'의 의미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이 됐고, 흰 산의 힘을 궁극적으로 전해받을 유일무이한 존재인 '하늘'의 출현에 대해서도 알게됐죠.

 

그리고 흰 산의 후계자 후보 중에서 선택받지 못한 자는 흰 산에 종속되서 영원한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형제 중 누군가가 흰 산의 힘을 받아 주인이 되는 것을 마냥 기쁘게 축하해줄수만은 없다는 것이고, 숨 막히는 후계 전쟁을 벌여야 하는 사정도 알게 됐죠. 일단 오늘 진행된 스토리를 살펴보면서 좀 더 자세하게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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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에서 이령은 위危의 복제체를 찾으러 소속산에 갔다가 완달의 긴급한 부름을 받고 흰 산에 있는 완달성으로 뛰쳐갔었습니다. 완달은 이령 말고도 두 명의 아들을 더 호출했는데요, 지난 화에서 덩치 큰 실루엣은 당연히 압카일 줄 알았더니만 압카가 아니었어요. 그는 대흥(大興)이라는 이름의 장남이었고, 산적같은 얼굴을 보나 엄청나게 큰 덩치를 보나 압카에 필적할 것 같은 강자의 느낌을 풀풀 풍겼습니다.

 

그리고 이령이 둘째였고, 그 밑으로 동생이 하나 있었음이 밝혀졌습니다. 셋째의 이름은 함화(咸和)인데요. 생긴건 이령보다 약간 눈이 처진게 살짝 약쟁이처럼 생겨서 약할 줄 알았더니 사실 대흥에 버금가는 강자였습니다. 후계자 후보인 셋 중에서는 이령이 가장 경쟁력이 없어보였는데요, 오랜만에 만난 둘째 형한테 '격에 맞게 옷좀 갖춰입으라'고 핀잔을 주는 함화의 말에서 이령을 대놓고 무시하는 듯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사실 이령은 1화에서 보자면 함화 못지 않게 옷을 화려하게 입고 다닌걸로 보이는데요. 아바이가 모이라고 하니까 갑자기 검소한 옷으로 갈아입고 코스프레를 하고 있네요. 그리고 가만보면 첫째 대흥과 셋째 함화는 완달과 같은 금안(金眼)을 하고 있는데요, 이령만 눈동자 색깔이 회색입니다. 둘과 비교해서 뭔가 혈통이 한 급 낮은 것 같기도 하고, 애초에 후계 경쟁에서 정식으로는 안될 것 같으니까 저런 처세를 부리는것 같기도 해요.

 

여기서 잠시 대흥과 함화라는 이름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둘 다 발해의 왕들이 사용했던 연호인데요, 연호란 쉽게 얘기하자면 임금이 자기 마음대로 정하는 연도의 이름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2022년은 호랭 1년으로 한다라고 하면 그게 연호가 되는 거죠. 대흥(大興)은 발해 3대 문왕이 사용했던 연호고, 함화(咸和)는 발해 11대 왕 대이진이 사용했던 연호인데요. 작중 시점이 인간세상에서 발해가 통치하는 기간이었기에 둘 다 상징성이 있는 이름인 것 같죠.

 

그리고 완달의 아들 중 압카가 없다는 것이 상당한 충격입니다. 분명히 3부 현재 시점으로부터 150년 뒤에는 이령과 압카가 후계 구도를 놓고 경쟁하게 되는데요. 그 사이 대흥과 함화가 흰 산에서 사라졌거나 죽었다는 것이고, 압카가 어디에선가 새롭게 등장했다는 거죠. 그렇게 따져보면 압카의 나이가 이령에 비해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 있고, 엄청난 재능과 자질로 단숨에 이령을 제치고 최강자로 등극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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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와서, 완달은 지난 밤에 먼 곳에서 거대한 기운을 느꼈고 계시를 받았다며 '곧 하늘이 열릴 것이니 너희 중에서 후계를 정하겠다'고 선언합니다. 대흥, 이령, 함화 셋 중 하나를 후계자로 지정하고 자신은 왕위를 내려놓으면서 흰 산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었죠.

 

선대의 왕이 흰 산의 힘을 물려주고 나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만, 일단 육신이 소멸하는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완달이 왕위를 물려주고 흰 산으로 돌아가겠다고 하자, 이령이 가짜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아니 되옵니다, 저희를 두고 왜 벌써 돌아가신다는 말입니까 흑흑'을 시전하는 걸 봐선 그런 거 같아요.

 

여튼 완달은 자신이 후계자를 정하고 이제 흰 산으로 돌아가려는 이유에 대해서 말을 이어갑니다. 지난 밤에 먼 곳에서 거대한 기운을 느꼈고, 이것은 분명히 하늘이 곧 열릴거라는 계시라는 겁니다. 여기서 '하늘이 열린다'라는 것은 흰 산 일족이 고대로부터 지켜온 힘을 최종적으로 받아갈 '하늘(天)'이라는 존재가 곧 나타난다는 거구요. 하늘에게 흰 산의 힘을 전달하고 나면 흰 산 일족의 숙명은 거기서 끝나게 된다는 것 입니다.

 

'하늘'은 분명히 흰 산 일족 중에서 나올 것인데, 그렇다면 시기 상 대흥, 이령, 함화 셋 중에 하나는 하늘이 될 거라고 완달은 예상한거죠. 아직 흰 산의 힘을 받기에도 기준 미달인 자식들이라 이번 대(代)는 아닐 줄 알았는데, 계시를 받은 이상 완달의 입장에서는 셋 중에 한 명은 뭔가 본인이 모르는 잠재력이 있을거라고 믿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완달의 선언을 들은 세 아들들은 큰 충격에 빠집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고, 각자의 머리 속에서는 생각들이 빠르게 돌아갔죠. 일단 대흥과 함화는 당장 후계를 정할 상황이 닥치게 되자, 몇 백년 뒤로 기약없이 미뤄놨던 경쟁의식에 불이 붙게 됩니다. 벌써부터 속으로 서로 견제하기 시작하는데요, 둘의 라이벌 구도에서 이령은 일찌감치 배제되어 있었습니다.

 

함화는 완달에게 '저희는 아직 자격이 턱없이 부족하다'라며, 준비 기간을 좀 더 달라는 듯한 뉘앙스로 말을 하는데요. 그는 현재 상태로 바로 후계를 정하게 되면 자기가 대흥에게 밀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대흥은 함화의 속내를 알아채고 여우같은 놈이라고 속으로 욕을 하는데요. 다행히 완달은 삼 년의 준비 시간을 주겠다고 선언했고, 그 사이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말고 힘을 키우라고 하죠.

 

여기서 흰 산 일족 후계자의 저주받은 운명이 잠깐 언급되는데요, 흰 산에게 선택받지 못한 후계자는 영원히 흰 산에 종속되서 기를 빨리는 '영생'을 강요받게 됩니다. 말이 영생이지,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감옥에 갇히는 것과 다름없는 형벌이었죠. 흰 산의 주인이 되는 건 둘째치고, 내가 영생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형제를 누르고 경쟁에서 이겨야하는 저주받은 운명을 가진 것이 바로 흰 산 일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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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완달의 깜짝 선언이 끝났고, 이제 세 형제는 각자의 방법으로 힘을 키우게 됩니다. 그런데 이령의 행보는 비교적 조용한게 수상한데요. 부하들이 뭔가를 분주하게 찾아다녔다고 합니다. 어쩌면 1화에서 잡아왔던 위危를 연구하면서 복제체를 만드는 방법에 몰두한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복제체를 만들 수 있다면 자기가 흰 산의 주인은 못되더라도 영생은 피할 수 있으니까요.

 

여튼 이령을 제외한 대흥, 함화는 정공법으로 주변 세력과의 전쟁을 통해서 힘을 키우려 합니다. 흰 산 일족은 전쟁을 통해 

상대방의 목숨을 뺏고 그들의 원기를 빼앗아서 자기 걸로 만드는 과정에서 강해지는데요. 말 그대로 피를 통한 성장이고, 드래곤볼처럼 정신과 시간의 방에서 신체를 단련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상대방을 죽이고 원기(혹은 명)를 취하는 것은 과거 이령이 많이 보여줬던 방식이기도 하죠.

 

대흥은 먼저 태고적 흰 산의 주인 자리를 놓고 다툼까지 했던 사흉수(四凶獸) 중 하나인 도올 일족을 찾아갑니다. 도올 일족은 아주 먼 옛날에는 백호 불함과 싸움을 벌일 정도의 괴수 일족이었는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종족이 열등하게 퇴화했고, 이제 예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은 일족의 우두머리 정도 뿐이었습니다. 퇴화된 모습의 도올은 호형 2부에서 잠깐 등장한 적이 있었죠.

 

대흥은 도올의 우두머리인 대왕을 아주 손쉽게 처치하고는 명을 흡수하는데요, 남은 도올 일족들이 분노하며 저항해봤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저는 도올 일족을 보며 호형 1부의 추이 일족이 떠올랐는데요, 대를 이어갈수록 신체가 작아지고 열등해지는 상황도 그렇고, 흰 산 일족에게 몰살당하면서 '우리가 대체 뭘 잘못한 것이냐 이 악마놈아'라고 외치는 것도 그랬습니다. 물론 추이 일족은 아린의 영토를 먼저 쳐들어간 죄가 있긴 하지만요.

 

결국 도올 일족은 대흥의 칠성월에 맥 없이 무너지고, 제발 부하들만은 살려달라는 대장 도올의 절규가 무색하게 전부 살해당하면서 명을 흡수당하고 맙니다. 이 장면에서 흰 산 일족이 마귀놈들로 불리우는 이유, 그 누구도 공존하고 싶어하지 않는 이유를 확실히 알 것 같죠. 그들 입장에서 흰 산 일족은 본인들의 영속을 위해 흰 산에게 받은 힘으로 다른 종족들을 거리낌없이 파괴하는 악마들일테고, 태초에 본인의 조상들이 흰 산을 차지하지 못한 것에서 한을 느낄 것 같습니다.

 

다시 대흥의 얘기로 돌아오겠습니다. 그가 사용하는 무기를 보아하니 3부 1화에서 완달이 쓰던 도끼를 물려받은 것 같은데요, 지난 화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대흥이 사용하는 칠성월은 만주족의 여진정수(女眞定水) 설화에서는 완달이 용과 싸울 때 사용했던 무기로 나옵니다. 상대방의 기 공격을 빨아들여서 주인에게 전달하는 능력이 있고, 대흥이 도올들의 명을 흡수할 때도 칠성월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그렇게 도올 일족을 몰살시키면서 명을 흡수했지만, 대흥이 예상했던 것에 비해 턱 없이 작았습니다. 도올들의 퇴화가 너무 빨랐던거고 이에 대흥은 매우 아쉬워합니다. 본인의 선조 때, 즉 1대에서 3대 시절에는 고대의 덩치 크고 무지막지하게 강한 괴수들이 많이 돌아다녔지만 이제는 전부 퇴화하고 씨가 말라버렸기에 힘을 키울 소스가 부족한 상황이었죠. 아마도 흰 산 일족들이 대를 이어오면서 주변의 강한 짐승 일족들을 전부 죽였기에 스스로 초래한 결과였을 듯 합니다.

 

아바이와 약속한 삼년 중 벌써 이년이 지났는데, 대흥은 이제 이런 잔챙이들로는 원하는 강함에 도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승부를 봐야하고, '큰 이무기를 잡아야겠다'며 어디론가 길을 떠나죠. 그곳은 바로 황수(潢水) 일족이 모여있는 시라무렌 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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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이 바뀌고, 황수(潢水) 시라무렌강의 상황이 그려집니다. 작품에서는 시라무룬 허(江) 라고 표시되는데요, 황수는 저 멀리 내몽골 자치구에 흐르는 강인데 몽골어로는 시라무렌, 중국어로는 시라무룬 이라고 합니다. 현재 황수의 주인으로 보이는 인물은 시라무렌의 아버지인데요, 시라무렌은 이제 청년기에 막 들어선 정도로 어려보입니다. 참고로 작중 시점은 시라무렌이 장성해서 버일러로 활동하던 시절보다 약 700년 전이기 때문에 시라무렌이 어려보이는건 당연하죠.

 

여튼 시라무렌 일족은 대흥의 침입 경보를 받았는지, 전 병력이 집결해서 대비하는 모습입니다. 십맹안들이 떼를 지어서 모여있고, 그 뒤로는 거대한 이무기들이 입에서 황수의 힘을 내뿜으면서 공격태세를 하고 있죠. 이무기라기 보다는 거의 용에 가까운 모습인데요, 시라무렌이 이령과 싸울 때 데리고왔던 송전탑들 보다는 훨씬 위협적으로 보입니다.

 

완전히 집결한 시라무렌 일족과 대비되게 대흥은 혈혈단신으로 그들을 찾아갔는데요. 오른손에 든 칠성월이 매우 위협적으로 보입니다. 호형 세계관에서 흰 산 일족과 황수 일족은 오랜 기간동안 서로 앙숙이자 원수로 남아있는데요, 아마 그 계기가 되는 사건이 이번 전투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대흥의 공격으로 시라무렌 세력에 큰 피해가 발생하고, 그것이 복수전으로 이어져 흰 산 일족도 큰 피해를 입게되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