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형님 연구소

호랑이형님 2부 237화 - 즉살령(卽殺令) 1편 리뷰

호랭박사Holang 2021. 7. 2. 23:19

 

호랭박사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dr.holang

 

안녕하세요!

호랑이형님 리뷰하는 호랭박사 입니다.

 

시작하자마자 철리지의 형제(혹은 선배)처럼 보이는 서쪽 길잡이 놈들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고작 길잡이 주제에 버일러인 시라무렌과도 싸워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요. 맹안을 먼저 죽여야 되는것도 알고 있고 황수의 힘을 중계하는 큰 뱀이 맛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서쪽 세력은 압카와 경쟁하는 세력인 듯 한데, 얘들은 서쪽을 배신하고 압카 쪽으로 붙은 듯 하죠. 지금은 압카를 서쪽으로 안내할 길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놈이 최번개 닮았음

구성을 보면 덩치 큰 놈 하나, 양갈래 버섯머리 하나, 최번개 같은 놈 하나(새 인듯 보이네요), 다부진 체격의 배추머리 하나가 있습니다. 체형도 체구도 각기 다른 걸로 봐선 동일 종족은 아닌 것 같아요. 첩형관은 이들을 흰 산으로 보내서 이령을 막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고작 넷에게 이령을 상대하라고 맡기는 거 보니까, 하나 하나는 수인 추이급 이상의 전투력을 갖고 있을 것 같습니다. 하긴 철리지도 굉장히 강했으니, 이들은 더욱 강하겠죠.

 

한편 첩형관은 이령이 흰 산 안쪽으로 들어가는 상황을 계속 걱정합니다. 흰 산 안쪽에서 벌어질 일을 미리 상상이라도 하는 듯 천리안으로 계속 들여다보고 자꾸 안쪽을 들여다보려고 하죠. 첩형관은 이령이 스스로 흰 산으로 들어가는 것이 가장 끔찍한 일이라고 하는데요, 이령이 자포자기 할까봐 두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 상황을 막으려고 급히 길잡이들은 투입시켰다고 해요.

 

이령이 자포자기 하는게 과연 어떤 상황일까요? 이령이 흰 산으로 들어가서 너 죽고 나 죽자로 뭔가 일을 저지를 수도 있다는 말 같은데요. 만약 이령이 흰 산으로 스스로 들어가게 된다면 1) 흰 산의 선택을 지 못해 소멸하거나, 2) 흰 산의 힘을 받아서 흰 산의 주인이 되는 것 둘 중 하나의 일이 벌어질 겁니다. 만약 첫 번째 상황으로 흰 산에게 소멸되어 버린다면 큰 문제는 없겠죠. 이령이 흰 산의 힘을 차지하기 위해 백액을 하고 반역을 시도하다 실패한 셈이 될 테니까요. 설사 그 일로 인해 압카가 관련자들을 벌한다고 해도, 백액을 막으려 했던 상황이 참작되어 큰 벌을 안 받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만약 이령이 재수 좋게 흰 산의 힘을 받게 된다면 오히려 현장에 있는 홍의위, 시라무렌, 첩형관 자신까지 위험할 겁니다. 그리고 훗날 압카와 이령의 제2 항마전이 벌어질 것이 뻔하고, 이번에도 많은 세력이 전쟁이 휘말려 공멸하게 되겠죠. 군사가 가장 걱정하던 상황인데, 대략 이런 측면에서 첩형관이 걱정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에는 흰눈썹을 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화에서는 흰눈썹의 감정표현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이령이 백액을 들키는 바람에 시라무렌과 홍의위가 이령을 죽이려고 하는 절망적인 상황이 됐죠. 겉으로 표현도 못하고 속으로 가슴을 치는데요. 군사와 첩형관까지 백액을 다 알아버렸으니 이령을 살릴 길이 없습니다. 이어 첩형관이 '군사가 다른 버일러들에게도 알릴 거다'라고 하자 하늘이 무너진 표정을 하는데요. 다리가 풀려서 제대로 서 있지도 못 합니다. 속 시원하게 울 수도 없는 상황이라 눈물을 찔끔찔끔 삼키며 감정을 억지로 누르는데요, 흰눈썹이 그 동안 아린(형)을 다시 부활시키겠다고 모든 것을 포기해가며 벌였던 일들이 떠오릅니다.

 

3년 간 산군에게서 아랑사를 빼앗아 오기 위해 준비했던 것, 산군에게 성이 다 털려 모든 것을 잃고 몸이 두동강 난 것, 이령에게 찍혀서 발목에 차꼬를 차고 죄수처럼 오도가도 못하게 되버린 것, 병상에 누워서 황요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면서도 아린을 포기하지 못하고 계속 미련을 갖고 있던 것, 옛 스승 무팽을 찾아가서 '망상에 빠진 놈' 취급을 받으면서도 어떻게든 나뉘어진 혼을 합치는 방법을 알아내려 한 것, 빠르로부터 아랑사를 되찾을 방법이 없자 최후의 수단으로 이령까지 끌어들인 것, 게다가 자신을 흠모하는 여인 난조에게 정신지배를 걸어 이령에게 갖다 바쳤고, 이대로 가다간 자신의 오른팔 황요마저 등 돌릴 것 같죠. 그야말로 자신이 가진 모든 것 모든 사람, 모든 부하를 잃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직 아린을 부활시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버텼는데, 눈 앞에서 그게 와장창 깨지는 걸 보는 상황인거죠.

 

결국 흰눈썹은 다리에 힘이 풀려 자리에 쓰러집니다. 팔로 겨우 땅을 짚고 있을 뿐이었죠. 소리내어 울지도 못하기에 이를 악 물고 눈물만 펑펑 흘리는 흰눈썹의 모습이 안쓰럽게 그려졌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죠. 자기가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무슨 짓을 한다고 해도 즉살령이 내려진 이상 이제 돌이킬 수 없게 됐습니다. 이령이 죽어서 소멸되는 건 시간 문제고, 흰눈썹에게 남은 것은 이제 아무것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아린이 영영 부활하지 못하게 됐죠.

 

이제 시점은 이령 쪽으로 넘어갑니다. 시라무렌과 홍의위는 이령을 척살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데요. 홍의위 셋이 이령을 속박하기 위해 기를 사용하는데, 이령이 버거워하는 걸 보면 이들도 상당한 강자가 틀림없습니다. 지난 화부터 홍사(紅絲)라는 것이 언급되는데, 네이버 사전을 찾아보니 홍사는 '죄인을 묶을 때에 쓰던 붉고 굵은 줄'이라는 뜻이 있네요. 단순히 '붉은 줄'의 뜻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호형 세계관에서는 이령이나 시라무렌조차 절대로 찢거나 빠져나갈 수 없는 강력한 주술이 담긴 도구인 듯 하죠.

 

이령은 홍의위들이 건 속박을 풀고 홍의위 하나를 타격하려는데, 시라무렌이 황수의 기를 날려서 이령에게 적중시킵니다. 시라무렌은 황수의 힘이 전해지는 간격 뿐만 아니라, 전해지는 힘 자체도 현저히 모자라다며 의아해 하는데요. 이령의 부하라고는 고작 시들 뿐인데 맹안이 시들에게 당할리도 없고, 소문난 폐급 이령을 도울만한 세력이라고는 전혀 없기 때문이죠

 

한편 이령은 자신의 백액이 드러나게 된 이유를 알게 되는데, 역시나 추이의 왼팔 때문이었습니다. 추이이 왼팔에 담긴 흰 산의 기운이 이령에게 서서히 퍼지면서 무팽의 술법을 깨버린 듯 하죠. 저도 이령이 얼굴을 맞는 이 장면 때문에 '혹시 무팽의 주술이 깨진거 아니냐' 말씀을 많이 드렸었는데, 그 효과가 시차를 두고 결국 나타났습니다.

 

이령이 백액에 대해 되짚어보는 사이 홍의위들이 기습적으로 이령을 다시 속박하는데요, 이령은 속박에서 빠져나오던 중 다시 한 번 황수의 힘을 맞습니다. 이번에는 다리 부상까지 입게 되죠. 등 뒤로는 들어갈 수 없는 흰 산의 영역이고, 앞은 홍의위와 시라무렌이 떡하니 가로막고 있습니다.

 

시라무렌은 황수의 힘을 추가적으로 받더니, 기를 모으면서 엄청난 공격을 준비합니다. 강철팔이 마치 바주카포처럼 전개되면서 기를 모으는데, 이령도 본능적으로 이 공격은 위험하다는걸 느끼죠. '감히 흰 산 방향으로 그런 힘을 쓰고도 니가 무사할것 같으냐'며 엄포를 해보는데, 시라무렌은 이미 결심했습니다. 이령을 죽이기 위해서는 혼신의 힘을 담은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고, 나중에 흰 산을 해한 죄로 자신이 벌을 받더라도 지금 그것을 주저없이 사용할 것을요.

 

시라무렌이 이번 전투에서 처음 등장하면서 썼던 공격을 기억하실텐데요. 거의 그것과 흡사한 크기의 엄청난 공격을 이령에게 적중 시킵니다. 예전에 보셨듯이 산을 통째로 갈아버릴 정도로 그 위력이 대단했는데요. 당시 이령도 추이의 강화 얼음이 아니었다면 큰 부상을 당했을 겁니다. 몇 화 전 이령이 뒤통수에 맞았던 공격이 지뢰라면, 이번 공격은 미사일 인 듯 합니다. 방어막도 없이 저걸 온 몸으로 받아버린 이령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시라무렌의 회심의 일격이 막판에 좀 약해진 듯 합니다. 시라무렌은 강의 힘을 중계하는 뱀에게 이상이 생겼다는 걸 확신하는데요. 시라무렌이 이령을 뱀 껍질에 가둘 무렵부터 황수의 힘이 전달되는 간격이 슬슬 길어졌었는데, 역시나 그 이유는 괴력수인 때문이었습니다. 괴력수인이 변신 맹안을 가볍게 처리하고 거대 송전탑을 강제 철거하고 있었던 거죠.

 

송전탑 뱀은 엄청나게 크긴 하지만, 그 자체로는 공격력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저 살아있는 송전탑이기에, 방어하는 병력이 없는 이상 죽이기는 쉬운 것 같습니다. 하긴 최초 등장한 철리지의 형제(혹은 길잡이 선배)들이 이 송전탑 뱀을 잡아먹은 적이 있는 것처럼 얘기를 했죠. 별 공격력이 없는 놈이니까 잡아먹었지, 강력한 놈이었으면 그들의 전투력으로는 힘들었을지 모릅니다.

 

다음 화에서는 드디어 괴력수인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얼굴을 가린 후드를 벗었는데 푸른 안광이 빛나고 있으면 진짜로 지릴 것 같습니다. 사실 많은 독자 분들이 산군은 범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많이 하세요. 그리고 제가 '산군이 이령에 의해 두눈박이가 된 것 같다'라고 얘기했을 때 굉장히 싫어하셨습니다. 우리 산군이 그럴리가 없고 더군다나 이령 따위의 시가 되는건 말도 안된다고 생각들 하시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산군이 흑화될 것 같다는 말씀을 과거에도 한 번 드렸었는데, 아랑사를 구하기 위해 짐승들을 많이 죽인 것을 산군이 자책하는 장면도 있었고 산군은 무려 '인간'도 죽였기 때문입니다. 어찌보면 흰눈썹이 아린을 부활시키기 위해 안 한 짓이 없었던 것 처럼, 산군 또한 아랑사를 되찾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다 한 거죠. 산군은 늘 정의로운 캐릭터였지만 이렇게 어두운 면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든, 그냥 지켜보고 싶습니다. 언제나 캐릭터를 드라마틱하게 가져가시는 작가님이시기 때문이죠. 6년 넘게 호형을 보면서 그런 믿음이 생긴 것 같습니다. 감놔라 배놔라 하지 말고 그냥 보면 된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