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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형님 3부 67화 - 이령의 전쟁 7편 리뷰

호랭박사Holang 2023. 8. 26. 12:40

요즘 평일에 시간이 안 나다 보니 주말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떡밥이 서서히 풀려가면서 이것저것 할 얘기들이 많아 널널한 주말에 천천히 생각하며 리뷰를 하네요.. 업로드가 좀 늦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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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는 이령이 어떻게 흰 산의 큰어르신으로써 남을 수 있었는지 그 실마리를 알 수 있었던 회차였습니다. 이령은 ‘부름’에 맞서서 결국 자신이 승리하지 못하고 죽게 될 것을 직감했으며, 흰 산의 힘을 환원하고 신격을 받으라는 구망의 제안을 결국 받아들이기로 한 것 같은데요. 그 과정에서 이령의 보여주기식 대사와 액션이 상당히 드라마틱했죠.

압카가 이령을 큰어르신으로 대접해주게 된 이유와 더불어 아린의 탄생 배경을 추측해볼 수 있는 떡밥들도 나온 것 같은데요. 이번 화 저는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봤습니다. 주요 내용 리뷰하면서 오늘 나온 떡밥들 함께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화에서 구망이 이령에게 ‘그대의 시간이 많지 않으니 내 제안에 대해 속히 답을 달라’고 얘기했었죠. 이령은 구망의 제안을 들은 후에도 즉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상당히 많은 전투를 이어갔는데요, 머리 여러 개 달린 무두리 계열 괴물과 싸우기도 하고 단단한 갑옷과 칼을 두른 새와 싸우기도 했죠. 전부 이령의 상대가 되지 못했지만, 그의 체력과 정신력을 점점 고갈시키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강력한 소수의 적들이 등장할 뿐만 아니라, 이제는 슬슬 특정 일족 전체가 떼거지로 몰려오기 시작하는데요. 머릿 수가 많긴 해도 사실 위협적인 적들은 아니었죠. 이령이 흰 산의 힘을 써서 기공을 광대역으로 방출하면, 한 방에 일족 전체를 소멸키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몰려오는 놈들이 끊이지 않았다는 것이고, 흰 산의 힘은 쓰면 쓸수록 채워지지 않고 회복되지 않는데다가, 일족을 지키는 기물인 삽풍주마저 이령의 말을 듣지 않음으로써 점점 코너에 몰리게 됩니다. 그래도 여전히 버틸 수는 있었고, 구망의 제안에 대해서는 고민은 되지만 차마 받아들일 수가 없는 그런 상태가 지속됐죠.

이쯤에서 구망의 제안을 한 번 짚어보고 가겠습니다. 결론만 말하자면 심플하죠. 살고 싶으면 흰 산의 힘을 환원하고 곤륜으로 넘어와서 신격을 받아라. 신격을 받은 자는 부름에서 자유로워지고, 구망이 이령의 정신을 담을 새로운 몸까지 준비해준다고 한데다가, 신격의 효과로 영생까지 누릴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령이 그토록 원하던 그 ‘영생’이죠.

하지만 흰 산의 힘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흰 산의 주인으로서의 자신의 입지도 잃게 될 것이기에, 힘과 권력이냐 생존이냐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했죠. 이 때문에 흰 산의 힘이 고갈되고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적이 등장하기 전까지, 이령은 죽을 힘을 다해서 버티고 싸워왔던 것 입니다. 흰 산의 힘만 계속 사용할 수 있다면 세상 모든 일족을 다 죽인다고 해도 이령은 물러나지 않았겠죠.

그러나 부정승계의 영향인지, 흰 산의 힘은 점점 소진되었고 결국 물리치기 힘든 적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이번 화에서는 거대한 토룡들이 등장해서 괴수 전쟁을 벌이는 장면이 나왔는데, 이령이 흰 산의 기를 방출했지만 이들은 죽지 않고 멀쩡했죠. 흰 산의 힘이 그만큼 약해졌다는 것이고, 이런 놈들이 계속 몰려온다면 이령으로서도 한계에 부딪힐 것이 명백했습니다.

결국 이령은 생존의 문제에  부딪히게 되자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생존’을 택할 수밖에 없어졌는데요, 흰 산의 힘을 포기하고 구망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혹시라도 이런 순간이 올 것을 대비해 최근 재상을 회유시키려고 노력해왔죠. 이령은 흰 산에 쳐들어오는 적들에 맞서 장렬히 산화하리라는 비장한 각오를 보이며, 압카를 자신의 후계자로 천명하겠다고 합니다. 속으로는 곤륜에 가서 신격을 받을 셈이었지만, 겉으로는 일족을 위해 희생한 위대한 선왕이 되려는 수작이었죠.

막상 이령이 선언은 그렇게 해버렸는데, 과연 이것을 어떻게 이행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일단 외부에 적이 몰려들어서 포위했는데 그들을 어떻게 이겨내고 틈을 확보해서 흰 산의 힘을 환원하겠다는 것인지, 환원의 자리는 이미 자기가 파괴해버렸는데 어떤 식으로 힘을 전수하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여튼 구망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선택한 건 확실해 보입니다.

가능성은 적지만 이령이 공작을 펴는 것일 수도 있어요. 일단 압카를 방어막 밖으로 빼낸 뒤에, 그의 힘을 뺏으려는 시도를 하기 위해 사기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부정승계자라면, 하늘이라는 압카의 힘을 뺏어서 자기가 대신 하늘이 되려는 시도를 해볼 수 있겠죠. 하지만 이렇게 되면 압카가 이령을 큰 어르신으로 떠받들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됩니다.

그리고 이번 화 막판에 부름의 혼란을 정리하고, 힘을 모아서 흰 산의 주인을 치려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나왔죠. 이 자가 어쩌면 분운의 아비 무지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무지기는 전설에 따르면 물의 요괴이자 원숭이 신으로 푸른 몸을 갖고 있는데요, 원래는 덩치가 엄청나게 크지만 지금은 본 모습을 숨기고 있을 수도 있을 듯 해요. 무지기는 분운이 말한 것처럼, 이미 애저녁에 부름을 받고 대기하고 있었죠.

이령은 구망의 조언을 듣고 부름을 받고 온 놈들끼리 치고 받고 싸우도록 잠시 빠져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무지기로 추측되는 이 원숭이가 흰 산의 주인을 제거하는 쪽으로 부름 받은 존재들의 힘을 모으기 시작하면, 이령은 순식간에 위기에 빠지겠죠. 이령이 구망의 제안을 받아들이든 다른 꿍꿍이가 있든, 지금보다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연 다음 화에서 이령이 구망의 제안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지, 무지기로 추정되는 인물이 완달성을 어떻게 빠르게 공략할지 지켜보도록 하구요. 이번 화 구망의 제안에 얽힌 떡밥을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부터가 이번 화 리뷰의 메인 내용인 듯 합니다.

먼저 재미있는 것은 신격이 되면 부름에서 자유로워진다는 것인데, 이는 구망의 말처럼 곤륜의 과업과 관계가 있어 보입니다. 천제를 포함한 곤륜의 신격들은 악마 예루리를 봉인해서 수호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걸로 추측 되는데요. 이들에게 영원에 가까운 생명을 부여할 수 있게 만든 것도 예루리를 잘 지키라는 여신 아부카허허의 특혜인 듯도 해요.

신격은 왜 부름을 받지 않는지도 알 것 같습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만약 흰 산이 신격들을 ‘부름’으로 불러들인다면, 예루리 봉인을 감시하는데 구멍이 생길텐데요. 그래서 흰 산은 곤륜을 중심으로 한 신격들은 부름 대상으로 삼지 않고, 신격이 아닌 자 중에서 강한 자들만 부름의 대상으로 삼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령 또한 신격이 된다면, 부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은 이런 원리인 것 같습니다.

구망은 이령에게 공짜로 신격을 주겠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명확했죠. 압카가 흰 산의 힘을 받을 수 있도록, 이령이 받은 힘을 흰 산으로 다시 환원하는 조건이었습니다. 구망은 흰 산의 힘이 압카에게 전해지기만 한다면, 이령이 힘을 환원하고 소멸하는 그 찰날의 순간을 포착해서 새로운 몸에 이령의 정신을 이식해주겠다고 하는데요. 소멸하는 그 찰나를 놓치면 죽을 수 있는 위험한 시도지만, 성공한다면 이령이 충분히 신격을 받고 영생할 수 있게 될 것이었습니다.

저는 ‘압카가 흰 산의 힘을 받게 해달라’라는 구망의 말이 진심인지 페이크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불과 얼마 전까지 흰 산과 전쟁을 불사했던 천제와는 입장이 너무나도 다릅니다. 천제는 압카가 흰 산의 힘을 받을 것이 두려워서 흰 산을 파괴하려고까지 했는데, 천제를 보좌하는 구망은 되려 압카가 힘을 받게 하려고 이령과 딜을 하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이게 이령에게서 힘을 빼내려고 수작을 부리는건지, 천제의 뜻을 거역하겠다는 건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구망 입장에서 압카가 힘을 받아서 좋을 일이 뭐가 있을까요? 가장 큰 것은 역시나 ‘과업’의 달성이죠. 흰 산과 곤륜이 오랜 세월동안 행해왔었던 과업을 종결지을 인물이 바로 압카입니다. 천제는 압카고 뭐고 자신이 흰 산의 힘을 받으면 모든 과업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구망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아요. 무한한 힘을 가진 천제가 흰 산의 힘을 받아서 과업을 종결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가장 확실한 것은 전설에 따라 압카가 힘을 받는 것 입니다.

그리고 곤륜 측의 긴급한 사정도 고려했을 듯 합니다. 천제가 흰 산과의 전쟁에서 싸질러놓은 일들이 워낙 많은데요. 일단 예루리 봉인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할 천제 자신이 사지가 찢겨서 돌아왔다는 것이 가장 크고, 전쟁 과정에서 ‘경쇄의 빗장‘인 삼고저를 소환하여 싸우다가 삼고저가 다 부서지는 바람에 예루리의 봉쇄에 허점이 생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천제도 없고 빗장도 풀린 지금 봉인이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한 상황이고, 압카가 빨리 힘을 받아야지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을 듯 해요.

구망은 이령이라는 어리고 나약한 흰 산의 주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파악하고 왔을 것 같습니다. 라오허에게 들은 것들도 많겠죠. 저 놈이 대체 어떤 방법으로 부정승계 받아 힘을 훔쳤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름‘에서 살아남을만한 그릇은 분명히 아니라고 봤을 듯 해요. 지금이야 흰 산의 힘을 욕심내지만 죽음 앞에서는 부질없어 질 것이고, 살고 싶다면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일 거라고 확신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구망이 모르는 중요한 변수가 두 개 있었죠. 첫째로 힘의 환원 자리를 이령이 이미 파괴했다는 것 입니다. 파괴된 환원 자리가 다시 만들어지기 전에는 이령은 힘을 환원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고, 압카에게 힘을 넘겨주려면 완달이 그랬던 것처럼 이령이 직접 힘을 주는 방법 뿐이죠. 그러면 압카도 부정승계자가 되어버리기에, 사실상 구망의 제안은 이미 시작부터 실행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둘째로 이령은 복제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입니다. 구망은 이령에게 새로운 몸을 구해 정신을 이식시켜주겠다고 했는데요. 그 말은 즉슨 과거의 이령은 세상에서 지워진다는 것이죠. 이령은 신격이 되어 영생하더라도 자신의 몸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신체를 통해서 살아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흰 산으로부터 이령은 완전히 배제되게 되겠죠. 하지만 만약 이령이 자신이 훗날 돌아올 수 있도록 천천히 복제를 키운다면, 이령의 혼백이 온전히 유지되어 흰 산으로 컴백할 수 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구망이 이령을 너무 순진하게 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완달로부터 힘을 가로챈 기똥차고 악독한 놈인데, 자신의 제안을 순순히 따를거라는 기대는 좀 안일하지 않나 싶어요. 역시나 이령은 구망의 제안을 듣자마자, 복제를 만든 장소에서 뭔가 일을 꾸미는 모습이 저번 화에서 나왔었죠. 죽음을 피하기 위해 잠시 다른 몸에서 살게 되더라도, 자신이 돌아올 몸을 만들어서 나중에는 다시 복귀하려는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그리고 이령이 완달에게 이렇게 말했었죠. ’나는 이번 일을 통해서 영속에 한 걸음 더 다가섰소이다‘ 오랫동안 모색해왔던 꿍꿍이가 분명히 있어 보였는데, 이번 화를 통해서 그게 대체 무엇이었는지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이령은 ’흰 산에 힘을 환원하고 소멸하기까지의 그 찰나를 노린다‘는 것에 대해서, 구망과 자신의 생각이 같다고 했습니다. 자신도 그런 방법을 통해 영속을 꾀해왔다는 것이죠.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역시나 복제인 것 같습니다. 혼을 넣지 않고 키워서 노화가 빨리 오는 불완전한 복제가 아니라, 어렸을 때 부터 혼을 넣어서 온전한 속도로 키워낸 복제가 있다면 가능합니다.

제가 생각해본 것은 대략 이렇습니다. 이령이 먼 훗날 흰 산의 힘을 환원해야 할 정도로 늙고 쇠약해지는 때가 분명히 찾아 올텐데요. 자신의 온전한 복제가 있다면, 흰 산을 속이고 또 다시 젊은 몸으로 흰 산의 주인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힘을 환원하고 소멸하기 직전에 복제로 몸을 갈아타고, 환원한 그 힘을 복제의 몸으로 다시 받으면 되는 것이죠. 물론 복제에 담긴 혼은 이령에게 몸을 빼앗겨 소멸해야 하겠지만, 이런 방법을 통해 이령은 영생을 꾀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령이 오손인 아린을 만든 목적도 이게 아니었을까 싶기도 해요. 자세한 내막은 좀 더 스토리가 풀려야 알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나의 온전한 복제를 키워서 성체로 만든 다음에 그 몸으로 갈아타려는 목적으로 만들었을 수 있다는 거죠. 여기에 흰 산의 힘이라는 복잡한 문제가 또 얽히겠지만, 근본적인 목적은 이게 아니었을까 예상해보겠습니다.

아린은 그렇다 치고 그러면 압카의 오손은 흰눈썹을 만든 이유는 뭐냐? 그건 아직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스토리가 좀 더 풀려봐야 알 것 같은데, 이령이든 압카든 오손들에게 자신들의 리스크를 대신 넘기거나, 영속을 위한 희생양으로서 만든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어린 개체들을 희생시키려 했던 이령과 압카가 그 댓가로 흰 산의 주인 자리를 뺏기는 벌을 받았다고 볼 수도 있겠죠.

여튼 스토리 진행이 생각보다 빠르게 되고 있어서, 이러한 실마리들도 하나 하나씩 곧 풀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음 화도 기대되네요!